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티칭시스템랩(Teaching Systems Lab)이 ‘혼란스러운 이들을 위한 학교 속 AI 가이드(A Guide to AI in Schools: Perspectives for the Perplexed)’를 발표하며,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초·중·고(K-12) 교육 현장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기 위한 구체적 방향을 제시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MIT 비교미디어연구 및 글쓰기학과(Comparative Media Studies and Writing Department)의 저스틴 라이히(Justin Reich) 교수가 이끌었으며, 미국 전역 100여 명의 교사와 학생들의 실제 경험을 수집·분석해 완성됐다.
MIT 티칭시스템랩, ‘혼란스러운 이들을 위한 AI 학교 가이드’ 공개
라이히 교수는 “AI는 어느 날 갑자기 학교에 스며들었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교사와 학생 간의 열린 대화”라고 강조했다. 그는 서문에서 “2025년에 ‘AI 학교 가이드북’을 쓰는 것은 1905년에 ‘비행술 안내서’를 쓰는 것과 같다”며 “아직 누구도 정답을 모른다”고 비유했다.
이 가이드는 교사, 학교 관리자, 정책 입안자, 학생, 학부모 등 교육 관계자들이 AI 도입의 쟁점, 실제 사례, 윤리적 문제를 함께 논의할 수 있는 ‘대화형 구조’를 제안한다. 특히 학업 성취도나 학습 손실과 같은 기존의 평가방식이 AI 시대의 ‘생산적 사고력’을 대체할 수 있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라이히 교수는 “AI는 구매나 검증 절차 없이 학생들의 스마트폰 속으로 들어왔다”며 “기존의 교육기술 논의와는 완전히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AI 시대 교실의 기록, 팟캐스트
MIT 프로젝트는 가이드북에 이어 7부작 팟캐스트 시리즈 ‘더 홈워크 머신(The Homework Machine)’으로 확장됐다.
이 시리즈는 저스틴 라이히 교수와 언론인 제시 듀크스(Jesse Dukes)가 공동 제작했으며, AI 도입, 도시 간 교육 격차, 학습 손실, 수업 방식 변화, 검열 및 도서 금지 문제 등 교육 현장의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팟캐스트는 교사와 학생들의 생생한 인터뷰를 담아 ‘AI 시대 교실의 현장 기록’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라이히 교수는 “논문이나 학술지로는 AI가 만든 새로운 문제들에 빠르게 대응하기 어렵다”며, “이 팟캐스트가 교사들이 현장에서 겪는 문제를 즉각적으로 공유하고 함께 해결책을 찾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시리즈는 미국 공영라디오(Public Radio)를 통해 전국적으로 1시간 분량의 스페셜 방송으로 방영됐다.
“정답보다 중요한 것은 속도”… 인간 중심의 교육 혁신
라이히 교수는 “AI 시대의 교육은 아직 어둠 속을 더듬는 과정”이라며, 스마트보드(Smartboard) 등 과거의 교육 기술이 학습 효과 향상에 실패한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AI 또한 충분한 관찰과 근거 기반 검증 없이 성급히 도입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우리는 아직 ‘AI를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를 모른다”며 “정답을 먼저 찾기 위한 경쟁보다, ‘올바른 속도로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MIT의 이번 시도는 ‘기술 중심이 아닌 인간 중심의 회복력(resilience) 실험’으로 평가된다.
전 세계 교육계가 AI 도입의 윤리와 정책 기준을 확립하지 못한 채 혼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MIT의 접근법은 ‘기술 속에서 인간의 학습 과정을 재설계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MIT가 제시한 이 가이드북과 팟캐스트는 앞으로 ‘AI 리터러시(AI Literacy)’와 ‘교육에서의 AI 윤리(AI Ethics in Education)’ 논의의 실질적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MIT는 ‘생성형 AI 시대의 학교 교육’을 주제로, 기술 중심이 아닌 인간 중심의 학습 혁신을 제시했다. 이번 가이드북과 팟캐스트는 교사·학생·정책 입안자들이 AI의 역할과 한계를 함께 탐색하는 공론장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AI는 이미 교실 안에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는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MIT의 이번 연구는 빠른 기술보다 ‘올바른 방향’을, 정답보다 ‘대화’를 택했다는 점에서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점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