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한 지역의 물놀이장에서 일어난 사건은 한 아이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일곱 살 남아가 물놀이 도중 성인에게 폭행을 당한 것이다. 단순한 물장난이 참혹한 폭력으로 변한 그 순간은, 우리 사회의 인식과 제도의 허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부모를 데려오라” 외침 뒤 시작된 폭행
당시 피해 아동은 누나와 함께 물놀이를 즐기던 중 피고인의 자녀에게 공을 던지고 물을 튀겼다. 어린아이들 사이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장난이었다. 그러나 피고인은 격분한 채 “부모를 데려오라”며 소리를 질렀고, 아이의 누나가 사과하려는 순간 그는 아이를 거칠게 붙잡아 물속에 수차례 밀어 넣었다.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한 아이는 공포 속에서 몸부림쳤고, 누나는 이를 막아보려 했으나 어른의 힘 앞에 속수무책이었다. 폭행 장면은 주변인의 영상에 그대로 남았다.
이후 아이는 물을 극도로 두려워하게 됐고, 누군가 큰소리로 외치거나 갑작스레 다가오는 것만으로도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건은 단순한 신체적 폭력에 그치지 않고, 평생의 정서적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법의 판단, 피해자는 납득 못해
1심 법원은 피고인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명령과 아동학대 재범 방지 교육 이수를 명했다. 법원은 “피고인이 반성하고 있다”는 점을 양형 사유로 들었다.
하지만 피해자 가족은 납득하지 못했다. 피해 아동의 아버지는 “법정에서는 반성한다고 했지만, 우리에게 직접 사과한 적은 한 번도 없다”며 “합의금을 제시하다 연락을 끊은 뒤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진심 없는 반성이 형량을 줄이는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며 분노를 표했다.
“살인미수에 준하는 폭력이었다”
피해자 측은 이번 사건을 단순한 아동학대가 아니라 생명을 위협한 중대한 폭행으로 보고 있다. 당시 피해 아동은 수영 능력이 없는 장애 아동이었다. 피해 측은 “성인이 아이를 반복적으로 물속에 밀어 넣는 행위는 폐에 물이 흡입될 위험이 크다”며 “이는 살인미수에 해당할 정도로 위험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유사한 사례에서 법원은 ‘생명에 직접적 위험을 초래한 폭력’으로 가중 처벌을 내린 바 있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에서 형량이 낮게 책정된 이유는 ‘반성문 제출’이라는 형식적 요소 때문이었다.
“아이의 고통은 계속되고, 사과는 없었다”
1심 이후에도 피고인은 “반성하고 있다”는 입장을 유지했지만, 피해자 가족은 이를 신뢰하지 않는다. 피해 아동의 어머니는 “법정에서만 반성한다는 말이 있었을 뿐, 아이를 향한 사과나 피해 회복 시도는 없었다”며 “그사이 아이는 여전히 물을 무서워하고, 학교에서도 사회적 불안을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피해자 가족은 항소심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변호사 비용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이들은 “이번만큼은 법이 약자의 편에 서야 한다”며 “정의가 실현되지 않는다면 같은 피해는 반복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사회적 무관심이 만든 학대의 사각지대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단순히 개인 간의 갈등이 아닌 사회 구조적 문제로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동인권 전문가 이 모 교수는 “장애 아동은 의사 표현이 어렵고, 학대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방어하기 힘들다”며 “그들의 침묵을 사회가 방치한 결과 이런 사건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또한 사회복지학계는 장애 아동 보호시설과 공공장소 내 안전관리 시스템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단순히 가해자 처벌에 그칠 것이 아니라, 사회적 예방 체계와 감시망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용서는 정의 뒤에 오는 것”
피해 아동의 가족은 여전히 깊은 상처 속에서 재판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원래 남을 탓하지 않는 성격이지만, 이번만큼은 용서보다 정의가 먼저다. 아이의 고통을 생각하면, 세상이 반드시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
오는 11월 27일 열릴 항소심 선고는 단순한 개인 사건을 넘어 장애 아동 인권 보호에 대한 사회적 기준을 새로 세울 중요한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이번 사건은 장애 아동 학대 문제를 단순한 폭행이 아닌 사회적 책임의 문제로 바라보게 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법적 처벌 강화, 사회적 감시체계 보완, 그리고 장애 인식 개선이 함께 이루어질 때에만 재발을 막을 수 있다. 한 아이의 공포가 우리 사회의 무관심 속에서 만들어진 결과라면,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
‘용서’는 ‘정의’가 선행될 때에만 가능하다. 이번 사건의 판결은 우리 사회의 도덕성과 인권 수준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