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용 칼럼] 열린 텍스트, 열린 마침표

초개인화 시대의 문학

전통적 문장 부호였던 마침표는 이제 디지털 환경 속에서 열린 텍스트를 연결한다. 해석의 흐름을 유도하는 기호로 다시 태어난다. 글은 하이퍼텍스트, 디지털 시, 인터랙티브 시, 소셜 미디어 담론을 통해 ‘마침표’의 의미 재구성과 그 문학적 함의를 살핀다.

 

하이퍼텍스트에서의 마침표

 

하이퍼텍스트에서는 마침표가 텍스트의 종료를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독자가 새로운 경로를 탐색하도록 유도하는 신호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계속 읽기’ 링크나 하이퍼링크는 텍스트가 끊이지 않고 연속적으로 이어지도록 만든다. 마침표는 이제 ‘다음’으로 나아가는 기호로 변모한다. 독자는 이를 통해, 텍스트를 “계속 읽어야 한다.”라는 신호를 받는다.

 

하이퍼텍스트는 링크와 연결성을 중심으로 구성한다. 각 부분은 독자가 탐색할 수 있는 개별적인 노드로 존재하며, 이를 이어 주는 하이퍼링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하이퍼텍스트에서 마침표는 ‘다음’을 위한 단서로 작용한다. 전통적인 종결 기호의 역할을 넘어선다.

 

디지털 시에서 마침표는 텍스트 배열과 사용자 상호 작용에 따라 텍스트의 흐름을 조절한다. 예를 들어, 스크롤을 내리거나 클릭을 통해 텍스트의 리듬이 변화한다. 마침표는 그 흐름을 더욱 강조하거나 방해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배치가 이루어진다.

 

푸코의 권력 이론에 따르면, 마침표는 텍스트의 흐름의 경로를 제어한다. 독자에게 특정 해석을 강요하는 ‘권력의 흐름’을 창출하는 기호로 기능한다. 텍스트는 더 이상 고정된 의미를 전달하지 않으며, 독자는 끊임없는 해석과 연결을 요구하는 상태로 나아간다. 또한, 보드리야르의 ‘시뮬라크르’와 유사한 점에서, 마침표는 텍스트의 의미를 완결 짓기보다는, 오히려 의미의 재구성 혹은 상실을 촉진한다.

 

디지털 시에서 마침표와 리듬

 

디지털 시에서는 텍스트의 표현 방식이 화면상에서 배열과 사용자의 상호 작용에 따라 달라진다. 시적 리듬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마침표는 화면 내에서 중요한 물리적 공간을 차지한다. 디지털 시에서 마침표는 리듬을 끊지 않도록 의도적으로 사용한다. 예를 들어, 스티브 텍의 ‘Modern Haiku’에서 마침표는 문장의 끝을 표시하지 않는다. 독자가 계속해서 시의 흐름에 몰입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I am writing... writing... writing...’과 같은 표현은 리듬을 유지하면서도 그 흐름이 끊어지지 않도록 도와준다. 

 

디지털 시에서 마침표는 시적 리듬을 유지하거나 변형시키는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한다. 반복적으로 사용하거나 생략하여 독자는 텍스트의 연속성을 자연스럽게 이어 가며, 감각적인 리듬에 맞춰 읽어 나간다.

 

인터랙티브 시에서 마침표

 

마침표는 텍스트의 끝을 나타내는 기호로 기능할 수 있지만, 독자가 그것을 넘어서 새로운 해석과 변형을 창출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시에서 마침표는 더 이상 완결성을 나타내지 않는다. 사용자가 시를 계속 재구성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독자가 실시간 댓글로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 나아가 텍스트를 수정하거나 확장할 수 있는 플랫폼도 있다. 이때 마침표는 단순히 문장을 끝내는 기호가 아니라, 새로운 해석의 가능성을 여는 기호로 작용한다. 마침표는 텍스트의 여백을 만들어 독자가 계속해서 텍스트를 재구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경우, 마침표는 다음 구절을 창조하는 기호이다. 인터페이스 역할을 한다. 독자는 마침표를 통해 텍스트를 계속 작성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나간다. 더 이상 마침표는 끝을 의미하지 않고, 열린 해석의 가능성을 제공하는 시작점으로 작용한다.

 

소셜 미디어에서 마침표

 

소셜 미디어에서 짧고 즉각적인 반응을 요구하는 글쓰기가 이루어진다. 트위터에서 마침표를 생략한 메시지는 ‘계속 말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며, 대화의 흐름을 끊지 않으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예를 들어, ‘오늘 정말 피곤해... 아직 일 끝나지 않았어’와 같은 메시지는 마침표 없이 계속 이어지는 느낌을 준다. 이는 사용자들에게 대화의 연속성을 암시한다. 종종 마침표를 생략함으로써 말투를 부드럽게 하고, 이야기가 계속 흐르는 느낌을 준다. 특히 트위터에서 마침표가 없는 메시지는 “계속 말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며, 말의 끝을 제시하지 않음으로써 여운을 남긴다.

 

소셜 미디어에서 마침표의 유무는 메시지의 흐름과 어조에 영향을 미치며, 특히 트위터에서는 종종 마침표 생략이 말의 지속성을 암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 역시 특정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마침표는 상호 작용의 기호

 

디지털 시대와 하이퍼텍스트 문학에서 마침표는 더 이상 단순한 문장의 끝을 알리는 기호가 아니다. 텍스트의 흐름을 이어 가거나, 독자와 상호 작용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는 중요한 기호로 변모했다. 하이퍼텍스트에서는 마침표가 “더 읽어라.”는 신호로 작용한다. 디지털 시와 인터랙티브 시에서는 마침표가 리듬을 조정하거나 텍스트의 연속성을 강조하는 도구이다. 소셜 미디어에서는 마침표의 유무가 메시지의 톤과 여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결국, 디지털 시대의 마침표는 종결의 기호를 넘어, 열린 해석의 가능성을 제공하는 상호 작용의 매개체로 기능한다. 이는 전통적인 문학에서의 닫힘과 완결성에서 벗어나, 텍스트를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재구성하는 공간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반영한다. 디지털 시대에서 마침표는 단순한 종결을 넘어서, 독자와의 상호 작용을 통해 열린 해석의 가능성을 창출하는 중요한 기호로 자리 잡았다.

 

 

[신기용]

문학 박사

도서출판 이바구, 계간 『문예창작』 발행인

경남정보대학교 겸임교수

저서 : 평론집 10권, 이론서 3권, 연구서 3권, 시집 6권

동시집 2권, 산문집 2권, 동화책 1권, 시조집 1권 등

이메일 shin1004a@hanmail.net

  

작성 2025.11.12 10:53 수정 2025.11.12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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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