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좋다 조병화 시인의 ‘가을’

 

안녕하세요. 강라희입니다. 과부하 걸린 뇌는 달콤한 설탕을 원하지만 시는 부패하지 않게 해주는 소금 같은 것이죠. 바쁜 일상 속에서 나를 위한 위로의 시 한 편이 지친 마음을 치유해 줄 것입니다. 오늘은 조병화 시인의 ‘가을’을 낭송하겠습니다.

 

 

가을

 

 

 

이제 일년내 맡고 계시던

그 눈을 돌려 주실 때가 되었습니다

당신 뜻대로 가을은 이루어져갑니다

당신 뜻대로 이루어지는 가을을

하나, 하나, 주워 모으기 위하여 떠나려는 내게

이제, 일년내 맡고 계시던

그 눈을 돌려 주실 때가 되었습니다

실로 많은 것들이 끝을 지어갑니다

대지에선 동식물들이 그 번식을 끝냈습니다

그리고 당신 뜻대로 그 열매들이 남아갑니다

하늘에선 태양과 구름이 그 가뭄과 홍수를 거둬 들였습니다

그리고 당신 뜻대로 다시, 빈 천지가 마련되어 갑니다

사람에선 사랑과 미움이 그 스스로의 맺음을 맺었습니다

그리고 당신 뜻대로 고독한 혼자들이 남아갑니다

그 열매들을 당신 뜻대로 주워 모으기 위하여

떠나려는 내게

맡으신 그 눈을 이제 돌려주실 때가 되었습니다

그 가득찬 빈 천지에 새 봄을 마련하기 위하여

떠나려는 내게

맡으신 그 눈을 이제 돌려 주실 때가 되었습니다

그 고독한 혼자들에게 당신의 뜻을 전하기 위하여

떠나려는 내게

맡으신 그 눈을 이제 돌려 주실 때가 되었습니다

맑게 닦아내 주십시오

흐린 점 하나 없이 맑게 닦아내 주십시오

당신의 입김으로

티 하나 없이 맑게 닦아내 주십시오

도시에선 되도록이면 담가로

돌아다니겠습니다

전원에선 물가로 둑으로 산록으로

되도록이면 잡목림, 잡초 속으로

돌아다니겠습니다

밤에는 별에서 쉬겠습니다

되도록이면 새로운 별을 찾아

좀 떨어진 곳에서 쉬겠습니다

그리고 혼자서 돌아오겠습니다

빈손으로 돌아오겠습니다

모든 거 다, 당신 뜻대로 살펴 제자리 가려두고

지닌 거 하나 없이 혼자서 돌아오겠습니다

수고는

봄으로 해 주십시오

눈을 다시 돌려 드릴 때

수고의 말씀

봄에 받겠습니다

 

 

 

이 시를 듣고 마음의 위로를 받았나요. 조병화 시인의 ‘가을’을 들은 모든 분들 힐링받는 시간 되기를 바랍니다. 저는 코스미안뉴스 강라희 기자입니다. 감사합니다.

 

작성 2025.11.13 10:45 수정 2025.11.1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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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