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신화극장] 핑크빛의 시간 ‘돌로미테’
안녕하세요, 조아라입니다. 인간의 상상력이 빚어낸 신비로운 세계로 함께 걸어가 볼까요? 오늘은 알프스의 심장부, 구름을 찢고 솟아오른 바위의 성채 ‘돌로미테’에 숨겨진 전설을 들려드릴게요. 이곳에서는 돌이 불처럼 빛으로 변하는 순간이 찾아오곤 합니다. 산마루가 저녁 햇살을 받아 붉게 타오르는 알펜글로우의 마법 뒤에는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기묘한 이야기 하나가 숨어 있답니다. 자, 떠나볼까요. Let’s go.
옛날 아주 오래된 시대, 돌로미테의 산계에는 라디나 왕국이 있었다고 합니다. 왕국의 왕은 지혜로웠지만, 그의 아들 라단은 차갑고 창백한 얼굴을 지닌 고독한 왕자였죠. 그는 햇빛을 두려워하고 달빛 아래에서만 숨을 쉬듯 살아가는 신비한 존재였습니다. 세상은 그를 ‘빛을 잃은 자’라 불렀고, 왕자 스스로도 자신의 운명을 두려워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별처럼 반짝이는 눈을 가진 달의 공주, 솔란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두 세계는 결코 섞일 수 없다는 신들의 율법이 있었지만, 두 사람은 규칙을 거슬러 사랑을 나누었습니다. 달의 공주가 지닌 은빛의 기운과 인간 세상의 숨결은 서로에게 따스한 온기가 되었죠. 그러나 이 사랑은 오래갈 수 없었습니다. 공주는 점차 지상 세계의 무거운 공기에 갇히며 그 빛을 잃어갔고, 왕자는 그녀를 구할 방법을 찾아 헤맸습니다. 마침내 라단 왕자는 달의 수호 정령들에게 무릎을 꿇고 외쳤습니다.
“그녀의 빛이 사라진다면, 나는 내 영혼을 바치겠다. 다만 그녀가 살아 눈부신 빛을 되찾게 해다오.”
정령들은 그의 사랑에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하지만 대가는 혹독했습니다. 왕자는 인간의 모습과 생명을 잃고, 돌로 이루어진 산의 일부가 되도록 정해진 것이었죠. 그의 희생으로 공주는 다시 빛을 되찾아 하늘로 돌아갔고, 라단은 돌의 형체로 잠들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공주가 하늘에서 라단을 바라볼 때마다 자신의 달빛을 그에게 내려보냈고, 그 순간 왕자의 돌몸은 불처럼 깜박이며 빛났다고 합니다. 이것이 바로 돌로미테의 산들이 붉게 타오르는 ‘엔로사디라 즉, 핑크빛의 시간’의 시작이라 전해져요. 그래서 여행객들은 오늘날도 해 질 녘 돌로미테를 바라보며 속삭입니다.
“저 불꽃빛은 왕자의 영혼이 아직도 그녀를 기다리기 때문이야.”
[3분 신화극장] 오늘의 전설은 여기까지입니다. 저는 코스미안뉴스 조아라 기자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