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신화극장] 붉은 노을의 수호자, ‘바르스’
안녕하세요, 조아라입니다. 인간의 상상력이 바다의 안개와 뒤섞여 한 조각 신비로 피어나는 극동의 항구 도시로 함께 걸어가 볼까요? 오늘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푸른 물결이 끝나는 곳에서 다시 신화가 시작되는 땅에 얽힌, 오래된 전설을 들려드릴게요. 바다와 산, 안개와 겨울이 만나는 그 경계에는 보이지 않는 정령들이 지금도 숨을 쉬고 있답니다. 자, 이제 차가운 바람을 따라가 볼까요. Let’s go.
아득한 옛 시절, 블라디보스톡이 아직 깊은 숲과 물안개로 덮여 있던 때, 그곳에는 바다를 달리는 호랑이 ‘바르스’가 살았다고 합니다. 그는 눈처럼 고요하지만, 바다폭풍처럼 강력한 존재로, 새벽빛을 따라 해안 절벽을 지키며 살아갔어요. 하지만 어느 겨울, 바다 너머로 까마득한 ‘얼음의 여왕’이 찾아왔습니다. 그녀는 차가운 숨결로 숲의 생명을 얼리고, 해안 바위마저 수정처럼 굳어버리게 만들었죠. 생명들은 점점 잠들어 갔고, 바다는 울음을 삼킨 채 잿빛으로 변했습니다. 바르스는 그 절망의 풍경을 바라보며 천천히 하늘을 향해 기도했습니다.
“이 땅의 숨결이 사라지지 않도록… 나의 힘을 바다에 돌려주소서.”
그때 바다의 정령 ‘아보라’가 호랑이의 발아래서 솟아 올랐다고 해요. 정령은 바르스의 뜨거운 심장을 받아들였고, 얼음의 여왕과 맞서기 위해 해안을 붉은 빛으로 태웠습니다. 그러자 숨죽어 있던 파도가 되살아나며 곧장 얼음의 여왕을 향해 부서져 갔어요. 여왕은 파도에 깨어난 불빛에 눈부심을 견디지 못해, 눈서리를 남긴 채 바다 끝으로 사라졌죠.
전설에 따르면, 그날 이후 해안의 바위 더미 속에는 호랑이의 뜨거운 심장이 불씨처럼 남아 붉은 노을을 일으키기 시작했다고 전해집니다. 블라디보스톡의 해 질 무렵, 바다와 도시를 붉게 덮는 그 황홀한 빛은 바로 그 영혼의 흔적이라고요. 그래서 오늘날까지도 이곳의 어부들은 노을이 번질 때 이렇게 속삭입니다.
“바르스가 오늘도 바다의 숨결을 지키고 있구나.”
사람들은 지금도 가끔, 해무가 낮게 깔린 새벽 항구에서 낯선 울음소리를 들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것은 바람이 부딪혀 만든 단순한 소리라고도 하지만, 오래된 어부들은 고개를 저으며 말하죠. “저건 바르스가 밤새도록 잠든 도시를 지키다, 아침 첫빛을 깨우는 소리다.” 그렇게 블라디보스톡의 새벽은 언제나 한 마리 보이지 않는 호랑이의 숨결 위에서 깨어나고, 바다와 도시의 경계에는 여전히 신화의 잔향이 안개처럼 부유하고 있다고요.
[3분 신화극장] 오늘의 전설은 여기까지입니다. 저는 코스미안뉴스 조아라 기자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