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군사·경제 협력의 상징으로 실리콘 오스만이라 불리던 이스라엘과 튀르키예의 관계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쟁을 계기로 완전히 갈라섰으며, 이제 양국은 중동 패권을 놓고 정면 충돌하는 전략적 숙적으로 재편되고 있다.
튀르키예의 급격한 군사 현대화 행보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튀르키예는 최근 영국과 80억 파운드, 약 15조 규모의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 수십 기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나토 회원국 중 두 번째로 큰 병력을 가진 튀르키예가 대규모 최신 전투기 확보에 나선 것은 사실상 이스라엘을 견제하기 위한 군사적 행보로 분석된다. 튀르키예는 인도 지원에 대비해 카타르와 오만에서 중고 전투기 24기를 우선 인수하는 등 전력 보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가자지구 전쟁 이후 이스라엘을 안보 위협으로 명확히 규정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히틀러에 비유하며 강하게 비난했고, 지난 8월에는 양국 간 교역을 전면 중단하는 강경 조치를 취했다.
외교적 압박과 연대 구축 시도
튀르키예는 외교 무대에서도 이스라엘을 압박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 이후 국제 사회가 이스라엘을 압박해야 트럼프의 휴전안이 실현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튀르키예는 이란, 카타르, 레바논 등과 연계하여 범중권 연대를 구축하고 오스만 제국 시절의 영향력 복원을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외교적 공세는 최근 이집트 평화 정상 회의에서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가 돌연 불참한 배경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튀르키예가 복수의 아랍 국가에 외교적 설득을 벌여 네타냐후의 참석을 막으려 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이스라엘의 반발과 F-35 협상 재개
이스라엘은 튀르키예의 이러한 행동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기드온 사르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튀르키예군이 가자지구 안정화군(ISF)에 참여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ISF에 튀르키예가 포함되는 것에 명확히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한편, 튀르키예는 2020년 러시아산 S-400 방공 시스템 도입으로 미국의 제재를 받았으나, 최근 F-35 스텔스 전투기 구매를 위한 협상에 다시 나섰다. 로이터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트럼프와의 개인적 유대와 하마스 설득 노력을 내세워 제재 해제를 시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튀르키예의 급격한 군사 현대화가 단순한 국방 강화가 아니라 중동의 새로운 패권 질서를 향한 선언이라고 분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