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하루가 빠르게 흘러갈수록 마음이 어디에서 흔들리고 어디에서 잠시 멈추는지 알지 못한 채 지나갈 때가 있다. 차갑게 느껴지는 말 한 줄에도 마음이 움츠러들고, 반대로 따뜻한 눈빛 하나가 괜스레 위로가 되는 순간도 있다. 그래서 가끔은 삶의 속도를 천천히 늦추고 마음의 결을 조용히 살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전준석의 ON 시(詩)그널’은 그런 시간 속에서 독자와 함께 머물기 위해 만들어진 칼럼이다. 35년 동안 경찰 현장에서 약자를 보호하고 인권과 조직문화를 지켜온 시선으로, 일상에서 쉽게 놓치고 지나가는 감정의 온도를 시(詩)를 통해 다시 비춰보고자 한다. 시가 전해오는 작은 떨림이 하루의 방향을 부드럽게 바꿔줄지도 모른다는 기대와 함께 이 글을 시작한다.

토라진 날
그대가 좋아하는
따뜻한 커피를
준비했어요
설탕도
기분 좋게 두 스푼!
그런데!
마음은
반 스푼만 넣을래요!
_이미경
사람 사이의 감정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말 한마디에 들썩이고, 작은 표정 하나에도 상처를 받으면서도, 또 그만큼 쉽게 풀리기도 한다. 이 짧은 시는 ‘토라짐’이라는 일상의 감정을 무겁게 붙잡지 않고, 따뜻한 커피 한 잔으로 가볍게 녹여낸다. 기분 좋게 두 스푼 넣은 설탕과, ‘반 스푼만 넣겠다’는 마음의 농도 사이에는 누군가를 향한 애정과 서운함이 동시에 깃들어 있다. 사랑은 늘 그렇게 감정의 진폭 안에서 흔들리며 이어진다.
커피를 준비하는 행위는 단순한 동작이 아니다. 누군가를 생각하며 내는 작은 손길, 그 안에 담긴 온도, 그리고 그 온도를 덜어내며 남겨둔 반 스푼의 마음. 토라졌다는 말 뒤에는 사실 ‘당신에게 내 마음이 닿았으면 한다’는 바람이 숨어 있다. 미묘한 감정의 결을 이렇게 부드럽게 꺼내놓을 수 있다는 것이 시의 힘이며, 사람이 사람에게 보내는 조용한 신호이기도 하다.
누군가에게 서운한 날에도 우리는 완전히 마음을 닫지 않는다. 다만 설탕의 절반을 빼듯, 표현의 농도를 조절할 뿐이다. 그러나 그 감정의 농도는 관계를 흔들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를 향한 온기가 남아 있음을 보여주는 작은 표식에 가깝다. 토라짐은 멀어짐이 아니라, ‘풀어달라’는 은근한 초대일 때가 더 많다. 사람의 마음은 멀어지는 방식보다, 돌아오고 싶은 방식으로 더 자주 움직인다.
그래서 누군가가 토라진 날에는 그 사람의 마음 언저리에서 아주 작은 신호가 스쳐 지나간다. 말 대신 건네는 커피 한 잔, 평소보다 느린 걸음, 잠시 뒤돌아보는 시선 같은 것들이다. 그 신호를 알아채는 순간, 관계는 다시 따뜻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결국, 감정은 표현되는 만큼 풀리고, 마음은 다가가는 만큼 가까워진다.
이 시가 남긴 작은 떨림이 오늘의 관계를 조금 더 부드러운 결로 바꾸어주기를 바란다. 마음의 설탕을 반 스푼만 덜어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여전히 서로를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니까.

시인 프로필

이 시를 쓴 이미경 시인은 늘품심리상담연구소 소장, 한국인권성장진흥원 교육본부장, 한컷공감미술관 교육이사, 행복한가정문화원 동두천지부장 등으로 활동하면서 부모 교육, 양육코칭, 응용상담의 실제, 강사양성과정, 공적스피치 및 낭독 과정, 5가지 사랑의 언어, 의사소통 및 관계 리더십, 학부모와 교사의 행복소통, 신입 교사를 위한 부모 대화법, 청소년 폭력예방교육, 인성교육, 인권교육, 노동인권, 심리지원프로그램 등 다양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그림으로 그린행복(제1시집)', '놀이와 영유아 교육(전공서)', '그대 사랑처럼 그대 향기처럼(공저시집)', '내 안에 꽃으로 핀 그대(공저시집)'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