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신화극장] 묘향산의 두 가지 향기 ‘향운’
안녕하세요, 조아라입니다. 오늘은 바람이 구름을 밀어 올리고, 산수의 기운이 은은히 피어오르는 곳, 하늘과 땅의 경계가 얇아진다는 그 신비의 산, 묘향산에 얽힌, 오래된 신화를 들려드릴게요. Let’s go.
아득한 옛날, 아직 평안도의 골짜기마다 호랑이의 숨결이 깃들던 시절, 묘향산에는 ‘향운’이라고 불린 산신의 딸이 살았다고 합니다. 그녀는 산안개가 걷히는 순간마다 눈처럼 투명한 향기를 피워 올렸고, 그 향은 길 잃은 이의 마음을 진정시키고, 인간과 자연의 경계를 부드럽게 이어주는 신비로운 힘을 지녔죠. 사람들은 그 향을 “산이 숨 쉬는 소리”라 부르며 경외심을 품었다고 해요.
하지만 어느 날, 욕심 많은 한 장수가 전쟁의 승리를 빌미로 묘향산의 정기를 차지하려 들었습니다. 그는 산의 귀한 향을 항아리에 가둬 영원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 했죠. 전쟁에서 이기고, 권력을 얻고, 죽음마저 피해 갈 수 있다 믿었던 겁니다. 장수의 칼끝이 산허리의 바위를 찍어 내리던 바로 그 순간, 묘향산은 크게 울리고, 천지를 연결하던 암맥이 떨기 시작했어요.
향운은 산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몸을 향기로 흩뿌렸습니다. 그 순간 산등성이를 휘감은 흰 안개가 갑작스레 밝은 금빛으로 빛났고, 장수는 자신의 욕심이 만들어낸 그림자 속으로 삼켜지듯 사라졌죠. 향운의 몸은 바람 속으로, 물결 속으로, 숲의 결 속으로 흩어져 버렸고, 사람들은 그 뒤부터 묘향산 정상 어딘가에서 은은하게 피어오르는 향기 같은 구름을 ‘향운의 숨결’이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여행자들은 그저 산꽃의 향이라 말하지만, 묘향산 아래 오래 살아온 이들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속삭입니다.
“저건 산신의 딸이 남긴 경고야. 욕심이 산을 흔들면, 그 향은 다시 칼날처럼 변할지도 모른다고.”
지금도 묘향산은 두 가지 향기로 숨을 쉽니다. 인간의 탐욕을 경계하는 찬 향기, 그리고 자연이 우리에게 전하는 오래된 위로의 향기. 그 사이에서 산은 천천히 깨어 있고, 능선 위로 오르는 구름은 마치 살아 있는 문장처럼 피어오르죠. 사람들은 그것을 향운이 남긴 마지막 메시지라 믿습니다. 저무는 빛을 손바닥에 담아 올리면, 사라진 줄 알았던 당신의 작은 숨결이 다시 한번 세상의 결을 흔들어 놓을 것입니다.
[3분 신화극장] 오늘의 전설은 여기까지입니다. 저는 코스미안뉴스 조아라 기자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