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신화극장] 설악산 대청봉으로 내려온 ‘청명’
안녕하세요, 한나라입니다. 오늘은 바람이 비늘처럼 번쩍이며 산마루를 넘어가던 시절로 함께 걸어가 볼까요? 설악산의 가장 높은 꼭대기, 대청봉에는 오래전부터 하늘이 잠시 땅으로 내려앉았던 순간을 기억하는 전설이 남아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Let’s go.
아득한 옛날, 설악의 봉우리들은 아직 이름을 갖지 못했을 때였어요. 그중에서도 가장 드높고 푸른 빛을 띠던 봉우리는 세상의 모든 소리를 품은 채 침묵 속에 서 있었지요. 어느 날, 하늘의 신 ‘청명’이 이곳에 내려와 인간 세상을 바라보았다고 해요. 그는 바람 속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고단한 숨결에 마음이 흔들렸고, 잠시나마 그 고통을 덜어주고자 하늘의 기운 한 조각을 봉우리 위에 내려놓았어요. 그 순간 봉우리는 푸른 빛으로 타올랐고, 구름은 산 어깨에 길게 드리워져 하늘과 땅의 경계가 사라졌지.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탄성을 내지르며 이렇게 불렀다고 전해져요.
“이곳은 대청, 큰 푸르름의 봉우리다.”
하지만 신의 기운이 오래 머물 수는 없었어요. 청명은 다시 하늘로 돌아갔고, 봉우리에 깃들었던 빛은 서서히 사람들의 마음으로 침잠했지. 그 대신 대청봉은 신의 흔적처럼 맑고 차가운 숨결을 간직하게 되었고, 오늘날까지도 새벽마다 봉우리 위에는 하늘에서 다시 온 듯한 푸른 빛과 바람이 감돌아요. 그래서일까요? 대청봉에 오르는 이들은 말하곤 해요.
“정상에 서면, 마치 하늘과 이어진 문턱에 발끝이 닿는 것 같다”
그것은 어쩌면, 오래전 청명이 남긴 작은 약속의 잔향일지도 모릅니다. 하늘의 맑음을 인간의 마음에도 조금씩 나눠주려 했던, 조용한 기도의 흔적 말이죠. 그러니 대청봉의 새벽은 언제나 조금 특별합니다. 어둠이 걷히기도 전에 봉우리 위로 올라온 이들은, 마치 세상의 첫 숨을 직접 받아 마시는 듯한 감각에 잠시 말을 잃지요. 바람은 그들의 얼굴을 스치며 오래된 전설의 잔가루를 흩뿌리고, 발밑에서는 돌들이 은근한 미열처럼 신의 흔적을 품어 떨고 있어요. 그 순간, 인간과 자연, 과거와 현재가 가느다란 실로 이어지듯 한자리에 멈춰 서는데—아마 그건 청명이 남긴 마지막 선물, “이곳에 오는 모든 이가 마음 하나는 맑아져 돌아가길” 바랐던 그의 숨결이 아직 산속에 맴돌고 있어서일지도 모릅니다.
[3분 신화극장]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저는 코스미안뉴스 한나라 기자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