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4천 개의 산이 죽는다! 인류가 처음 마주한 충격적인 카운트다운

-알프스에서 열린 기괴한 장례식, 그들이 묻은 것은 '얼음'이 아니었다.

-생존율 9% vs 50%: 당신의 아이가 살게 될 지구를 결정할 단 하나의 숫자.

-지도에서 사라지는 20만 개의 역사, 우리는 지금 지구의 기억을 지우고 있다.

▲ AI 이미지 (제공: 중동디스커버리신문)

지구 온난화로 인한 빙하의 대규모 손실이 시작되었다. 연구에 따르면, 기후 정책이 변화하지 않으면 향후 수십 년 동안 매년 수천 개의 빙하가 사라질 수 있으며, 과학자들은 가장 많은 빙하가 사라지는 시기를 "빙하 소멸 정점"이라고 명명했다. 이 연구는 시나리오별로 2100년까지 생존할 개별 빙하의 수를 처음으로 계산했으며, 기온 상승 폭이 1.5도로 제한되는 최선의 시나리오에서도 연간 빙하 손실이 2041년에 2,000개에 달할 것으로 예측한다. 반면, 최악의 시나리오(4도 상승)에서는 2050년대 중반에 연간 손실이 4,000개로 증가하여 금세기 말에는 빙하의 9%만이 남을 것으로 예측되었다. 

 

차가운 침묵 속에 잠겨 있던 거대한 얼음덩어리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우리는 그 소리를 듣지 못하거나, 혹은 듣고도 모른 척해왔다. 지구 온난화라는 단어가 이제는 일기예보처럼 매우 흔한 일상이 되어버린 지금, 한 무리의 과학자들이 우리에게 전혀 새로운, 그리고 뼈아픈 시선을 던졌다. 그들은 녹아내리는 얼음물의 양을 재는 대신, 영원히 숨을 거두는 빙하들의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이것은 통계가 아니다. 이것은 지구의 살점이 뜯겨 나가는 고통에 대한 '부검 보고서'다.

 

숫자가 아닌 이름으로 기억되는 죽음

 

우리는 흔히 해수면이 몇 센티미터 상승했다거나, 빙하 면적이 몇 퍼센트 줄었다는 식의 뉴스에 익숙하다. 하지만, 그런 거시적인 숫자는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덩어리로 뭉뚱그려진 통계 속에서 개별 존재의 비극은 희석되기 마련이다. 최근 발표된 연구는 이 차가운 수학을 '장례식의 명부'로 바꾸어 놓았다.

 

연구진은 전 세계 21만여 개의 빙하를 추적하며, 역사상 처음으로 '정점 빙하 소멸(Peak Glacier Extinction)'이라는 시점을 계산해 냈다. 이것은 한 해에 가장 많은 빙하가 죽음을 맞이하는 해가 언제인가를 묻는 섬뜩한 질문이다. 빙하의 총질량이 줄어드는 것과, 빙하라는 하나의 '개체'가 지도상에서 완전히 지워지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수만 년의 시간을 품고 산자락을 지켜온, 저마다의 이름과 역사를 가진 그 거대한 존재가 '없음(0)'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 그것은 단순한 물리적 현상이 아니라, 지구의 기억 일부가 영구적으로 삭제되는 상실의 과정이다. 

▲ AI 이미지 (제공: 중동디스커버리신문)

2050년, 4천 개의 별이 지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매년 약 1,000개의 빙하가 조용히 눈을 감고 있다. 천 개의 산이 그들의 하얀 왕관을 잃어버리고 흉한 바위를 드러낸다는 뜻이다. 그러나 연구가 예고한 미래는 더욱 가혹하다.

 

우리가 필사적으로 노력해 지구 온도 상승을 1.5°C로 억제한다 해도, 2041년이 되면 매년 2,000개의 빙하가 사라지는 '죽음의 정점'을 맞이하게 된다. 만약 우리가 지금처럼 흥청망청 탄소를 태우며 4°C 상승의 길로 들어선다면? 2050년대 중반, 우리는 매년 4,000개의 빙하가 소멸하는 대재앙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하루에 10개 이상의 빙하가 흔적도 없이 증발해 버리는 세상. 그것은 더 이상 기후 변화가 아니다. 그것은 지구가 앓는 고열의 정점이자, 생태계 붕괴의 카운트다운이다.

 

검은 옷을 입고 산을 오르는 사람들

 

이 연구에 참여한 마티아스 후스 교수는 2019년, 스위스 알프스의 피촐(Pizol) 빙하 장례식에 참석했다. 사람들이 검은 옷을 입고 산을 올라, 다 녹아버리고 흙탕물만 남은 자리에 꽃을 바치는 모습은 기괴하고도 슬픈 우화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우화가 아닌 현실이었다.

 

빙하 하나가 사라진다는 것은 단순히 얼음이 녹는 것이 아니다. 그 얼음에 기대어 살던 마을의 풍경이 바뀌고, 그곳을 흐르던 물줄기가 마르고, 수천 년간 이어져 온 지역의 정체성과 문화가 증발하는 것이다. 알프스의 어느 마을 사람들에게 빙하는 단순한 자연물이 아니라, 조상 대대로 그들의 삶을 굽어살피던 수호신과도 같았을 것이다. 그 수호신이 인간의 욕망 때문에 녹아내려 진흙탕 속으로 사라질 때, 인간이 느낄 상실감은 과학적 데이터로는 결코 측정할 수 없는 영혼의 파괴다.

 

찢겨나간 91%의 페이지, 혹은 지켜낸 50%의 기억

 

2100년이라는 숫자는 멀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오늘 태어난 아이들이 백발의 노인이 될 시기다. 그들의 노년에 지구는 어떤 모습일까. 연구는 우리에게 두 개의 갈림길을 보여준다.

 

하나는 희망의 길이다. 1.5°C 저지선을 지켜낸다면, 현재 존재하는 빙하의 약 50%, 즉 9만 6천여 개는 살아남을 수 있다. 반토막이 났을지언정, 여전히 산 정상에는 만년설이 빛나고 강물은 마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하나는 파멸의 길이다. 4°C 상승을 방치한다면, 살아남는 빙하는 고작 9%에 불과하다. 전 세계 빙하의 91%가 지도에서 지워진 세상. 그것은 마치 도서관의 장서 중 90%가 불타버리고 텅 빈 책장만이 덩그러니 남은 폐허와 같다.

 

마지막 연대기를 쓰는 손

 

빙하는 지구가 써 내려온 거대한 연대기다. 그 얼음 층 하나하나에는 태고의 공기와 먼지, 그리고 시간의 비밀이 갇혀 있다. 지금 우리는 그 연대기의 마지막 장을 찢어발겨 불쏘시개로 쓸 것인지, 아니면 소중히 보존하여 후대에게 물려줄 것인지를 결정하는 벼랑 끝에 서 있다.

 

"우리의 연구는 야심 찬 기후 정책이 왜 시급한지를 보여줍니다." 연구자 랜더 반 트리히트의 말은 간절한 호소다. 이것은 과학자의 분석이 아니라, 타들어 가는 지구의 절규를 대변하는 전령의 외침이다.

 

먼 훗날, 바위만 앙상하게 남은 산맥을 바라보며 후손들이 "그때 당신들은 무엇을 했습니까?"라고 물을 때, 우리는 과연 무엇이라 답할 것인가. 아직 50%의 희망이 남아 있을 때, 우리는 행동해야 한다. 빙하의 눈물은 곧 우리의 눈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멈추지 않는다면, 다음 차례는 우리다.

 

작성 2025.12.18 03:47 수정 2025.12.18 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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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