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신화극장] 해란강의 '두 아이’

 

[3분 신화극장] 해란강의 ‘두 아이’

 

안녕하세요, 조아라입니다. 오늘은 북쪽의 바람과 언어가 만나는 곳, 중국 지린성 옌볜 조선족 자치주를 흐르는 강 하이란강, 우리말로는 해란강의 이야기로 떠나보겠습니다. 두만강으로 흘러드는 이 강은 지리에서는 지류이지만, 이야기 속에서는 늘 하나의 운명으로 존재해 왔지요. 오늘은 해란강에 얽힌 오래된 신화를 들려드릴게요. Let’s go.

 

아득한 옛날, 땅과 사람이 아직 서로의 이름을 부르기 전, 신들은 이 지역에 두 개의 강을 만들었습니다. 하나는 국경처럼 굳건한 두만강, 그리고 그 곁에 말을 배우는 강 하나를 두었지요. 신들은 그 강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는 크게 흐르지 말고, 깊게 스며들어라.”

 

해란강의 물은 유난히 부드러웠다고 합니다. 돌을 치지 않고 돌아가며, 소리를 높이지 않고 흘렀지요. 그래서 이 강을 따라 살던 사람들은 서로 다른 말을 쓰면서도, 물가에서는 같은 침묵을 나누었다고 합니다. 조선말과 중국말이 섞여도, 강물은 어느 쪽도 가르지 않았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아주 오래전 이 강가에는 두 아이가 살았다고 합니다. 하나는 강 동쪽에서, 하나는 서쪽에서 태어났지요. 말은 달랐고 노래도 달랐지만, 둘은 매일 강가에서 만나 돌을 물에 던지며 놀았습니다. 어느 날 아이들은 강에게 물었습니다.

 

“우리는 왜 다른 말을 해?” 그러자 해란강은 물결을 살짝 일으키며 이렇게 대답했다고 하지요. “다른 말은 다른 길일 뿐, 흐르는 마음은 하나다.” 세월이 흘러 아이들은 어른이 되었고, 시대는 거칠어졌습니다. 국경이 굳어지고, 사람들은 강을 기준으로 나뉘기 시작했지요. 하지만 이상하게도 해란강 근처에서는 큰 싸움이 오래가지 않았다고 합니다. 분노를 품고 찾아온 사람도, 강가에 잠시 앉아 있으면 말이 줄어들고, 대신 기억이 떠올랐으니까요. 어머니의 목소리, 아이의 웃음, 집으로 돌아가던 저녁길 같은 것들 말입니다. 

 

두만강이 역사를 싣고 흘렀다면, 해란강은 사람의 생활과 숨결을 데리고 흘렀습니다. 큰 사건은 없었지만, 하루하루가 쌓여 삶이 되었고, 그 삶은 다시 강에 비쳐 전설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해란강은 두만강을 향해 조용히 흘러갑니다.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더 큰 흐름에 자신의 이야기를 보태지요. 해 질 무렵, 강 위에 걸린 빛이 언어처럼 풀어질 때면, 해란강은 이렇게 속삭이는 듯합니다.

 

“나는 나뉜 땅을 흐르지만, 나뉜 마음은 흐르지 않는다.”

 

오늘도 해란강은 경계를 넘지 않습니다. 대신 사람들의 기억 속으로 스며들며 유유히 흐르고 있습니다. 

 

[3분 신화극장]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저는 코스미안뉴스 조아라 기자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작성 2025.12.18 09:59 수정 2025.12.18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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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