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감성시협회(이사장 윤보영)가 인구소멸 위기에 놓인 전통시장에 문학의 숨결을 불어넣기 위해 추진한 ‘가은아자개장터 디카시 공모전’의 심사 결과를 공식 발표했다. 이번 공모전은 경북 문경시 가은읍 전통시장 ‘가은아자개장터’를 배경으로, 지역의 일상과 사람들의 삶을 사진과 짧은 시로 기록하는 문화 프로젝트로 진행됐다.
이번 공모전은 사진과 5줄 이내의 시를 결합한 디카시 형식을 통해 전통시장의 풍경과 상인들의 노동, 장터를 오가는 방문객들의 일상을 담아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단순한 문화행사를 넘어, 전통시장을 하나의 이야기 공간으로 재구성하며 지역 공동체의 가치를 문학적으로 조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불씨
다 타고 남은 연탄도 아까워
집게 들고 종종걸음치던
어머니, 당신은
꺼지지 않는 등불이셨습니다.
_한인석
심사 결과 영예의 대상은 한인석 씨의 작품 ‘불씨’가 선정됐다. 대상작은 문경시 가은읍 전통시장 인근에서 촬영한 연탄 사진과 짧은 시가 어우러진 디카시로, 전통시장을 지탱해온 노동의 흔적과 가족을 위해 꺼지지 않는 삶의 불씨를 상징적으로 담아냈다. 켜켜이 쌓인 연탄의 질감과 명암 대비는 시장을 지켜온 세월의 무게를 시각적으로 전달하고, 시는 ‘어머니’라는 존재를 통해 전통시장이 품고 있는 공동체의 중심을 절제된 언어로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윤보영 한국감성시협회 이사장은 “가은아자개장터는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의 삶과 시간이 축적된 장소”라며 “이번 디카시 공모전은 전통시장의 하루와 상인들의 삶을 문학으로 기록하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사진 한 장과 시 몇 줄이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지역을 다시 바라보게 하고, 발걸음을 이끄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대상 외에도 다양한 작품이 고르게 선정됐다. 최우수작에는 이정희 씨의 ‘뚝심’과 조태환 씨의 ‘동병상련’이 이름을 올렸으며, 특별상인 ‘자랑스런 어머니(채형식)상’에는 김택구 씨의 ‘어머니의 장날’이 선정됐다. 우수작은 문임순 씨의 ‘아자개장터의 저녁’이, 장려작에는 감미란 씨의 ‘가은에 취하다’, 배석우 씨의 ‘다 아는 거짓말’, 이동자 씨의 ‘파도의 숨결’, 홍영화 씨의 ‘숙명’이 각각 포함됐다. 이와 함께 디카시 대중화와 참여 확산에 기여한 가작 28편도 함께 선정됐다.
이번 공모전에는 전국에서 총 172명이 참여해 313편의 작품이 접수됐다. 응모는 지난 11월 1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됐으며, 참가자들은 가은아자개장터 인근에서 직접 촬영한 시장 풍경과 상인, 방문객 등의 사진과 함께 5줄 이내의 시를 제출했다. 개인당 최대 2편까지 응모할 수 있도록 해 참여 기회를 넓혔다.
공모전은 한국감성시협회와 서울중랑디카시인협회가 공동 주관하고 문경시가 후원했다. 심사 결과는 지난 16일 윤보영시인펜카페 ‘행복이야기’ 게시판을 통해 발표됐으며, 시상 일정은 추후 별도로 공지될 예정이다. 선정된 작품들은 향후 유튜브 영상과 다양한 홍보 콘텐츠로 제작돼 문경시와 가은아자개장터를 알리는 자료로 활용될 계획이다. 문학 콘텐츠가 지역 홍보와 연결되는 지속 가능한 문화 모델로 확장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응모 작품은 모두 미발표 신작을 원칙으로 했으며, 타 디카시 공모전 입상 이력이 없는 작품만 심사 대상에 포함됐다. 실명 제출을 의무화했고, 저작권 침해나 표절, 초상권 문제 발생 시 선정이 취소되며 모든 책임은 응모자에게 귀속된다. 사진에 인물이 포함될 경우 사전 동의 절차도 필수로 적용됐다.
문경시 관계자는 “이번 디카시 공모전이 가은아자개장터의 가치를 전국에 알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전통시장과 지역 공동체에 문화적 활력을 더하는 시도가 계속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감성시협회는 이번 공모전을 계기로 문학을 매개로 한 지역 연계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전통시장이 소비의 공간을 넘어 이야기가 살아 숨 쉬는 문화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