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기자: 최우주 [기자에게 문의하기] /
지는 해를 바라보며
산 넘고 물 건너
먼 길을 돌아서 왔네
계곡물이 흐르고
산새들은 지저귀고
산딸기 머루 다래
주렁주렁 달렸네
아담한 집 한 채
산자락 울타리에
햇살이 내려오더니
어느덧 삭풍 속에
설경이 되었구나
그녀의 손을 잡고
베란다에 앉아서
복동이를 다듬으며
지는 해 바라보니
아름다운 저녁노을
황혼에 취하누나
새해를 기다리며
희망의 꿈을 꾼 게
엊그제만 같은데
또 한 해를 보내려니
아쉬운 미련들을
칼바람이 끊어가네
그래 가거라
어서들 가거라
묵은 걸 버리면
새것들이 들어차겠지
해가 갈수록
잔 글은 잘 안 보이지만
세상사는 한눈에도
큰 그림이 그려지니
이제는 내가
도사가 되는가 보다
눈 덮인 세상이
끝없이 펼쳐지는데
이 겨울이 지나면
새순들이 돋아날 거야
아, 꽃 피고 새 우는
따스한 봄날이여
오늘 밤 또다시
새 그림을 그려봐야지

[이장영]
시인
칼럼니스트
일어통역사
부동산개발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