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수 칼럼] 사천해전 전적지 지명 새롭게 밝혔다

사천해전지는 사천시 축동면 구호리 장암창지, 모자랑포는 노룡동 미룡마을

1592년 음력 5월 29일 이순신 장군은 사천해전에서 승리하고 그날 밤 모자랑포에서 자고 다음날 사량도로 진출했다. 지금까지 사천해전이 있었던 사천선창이 어디인가를 두고, 노산 이은상이 주장했던 것을 답습하여 선진리성 일대라는 주장을 해온 연구자들이 많았다. 그러나 필자는 '임진왜란 시기 사천해전지의 위치 고찰(역사문화학회, 지방사와 지방문화 28권-1호, 2025. 05)이라는 논문을 통해 사천선창은 선진리성이 아니고 사천시 축동면 구호리 옛 장암창지임을 밝힌 바 있다.

 

주엽이 쓴 녹도만호 정운 장군의 전기인  '증병조참판정공전(贈兵曹參判정鄭公傳)'에는 사천해전이 벌어진 장소를 '사천지장암(泗川之塲巖)'이라고 명기하고 있고, 이순신 장군의 장계 '당포파왜병장'에는 사천선창의 지형이 조수 간만의 차가 심하고 산이 구불구불 7~8리 정도 이어져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런 사실을 감안하여 선진리성이 사천해전지가 아니고 장암창지라고 논문에서 명백하게 밝혔다.

 

그런데 사천해전 직후 이순신 장군이 하룻밤 자고 간 모자랑포가 어디인가를 두고, 필자는 사천시 용현면 주문리가 모자랑포라고 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최근에 『진양지』에 나오는 지명 중에 '모자랑포(茅茨廊浦)'가 있는 것을 확인하였으며, 1918년 지도와 현재 지도로 비교 분석한 결과 모자랑포는 사천시 노룡동 미룡마을이라고 새롭게 비정(比定)했다.

 

진양지, 출처 : 육군사관학교 육군박물관

 

『진양지』는 1622년~1632년 성여신이 편찬한 경상도 진주목의 읍지다.  『진양지』에는 진주목의 월경지인 남면 말문리 소속 지명으로 모자랑포(茅茨廊浦)가 등장한다. 진양지에 나타나는 구체적인 말문리의 지명들은 11개의 속방이 있으며, 적례 무임포 골동 역촌 수내 죽사 모자랑포 송포 용두 이현 검암 (赤禮 無任浦 骨洞 驛村 藪內 竹寺 茅茨廊浦 松浦 龍頭 梨峴 儉巖)이 북쪽에서 남쪽의 순서대로 기록되어 있다.

 

 1918년 지도, 출처 : 국토정보플랫폼

 

『진양지』에 나오는 지명은 1918년 지도에도 같거나 비슷한 지명으로 남아 있다. 적례는 1918년 지도에 있는 노례(魯禮)로 추정되며 현재 지명도 노례마을이다. 무임포는 적례 인근의 해안 포구로 추정된다. 골동, 역촌(문화역), 수내(임내, 숲안), 죽사(죽림) 등이 모자랑포 인근의 지명들이지만 모두 해안 포구는 아니다. 용두, 이현, 검암은 송포보다 남쪽에 위치하는 지명들이다. 

 

『진양지』에서 지명을 나열한 순서를 감안해서 보면  모자랑포는 적례와 송포 사이에 있는 해안의 포구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하여 미룡마을에는 마을 앞의 갯벌이 ‘모자랑개’라는 구전 설화도 전해오고 있다. 결론적으로 모자랑포는 현재 지명으로 송포와 노례 사이에 있는 유일한 포구인 사천시 노룡동 미룡마을로 비정(比定)할 수 있다.

 

 현재 지도상의 모자랑포

 

이순신 장군은 ‘당포파왜병장’에서 모자랑포(茅茨廊浦)를 사천땅 모자랑포(毛自郞浦)라고 했다가, 1593년 9월 1일 일기 말미의 잡록에서는 고성땅 모사랑포(毛思郞浦)라고 한 적도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임진왜란 당시 모자랑포는 사천땅과 고성땅으로 둘러싸여 있는 진주목의 월경지이다. 이순신 장군은 ‘모자랑개’를 한자로 차자표기한 것으로 보이며 그곳이 진주목 관할임을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 

 

나는 선행 연구(이순신이 싸운 바다, 2005)에서 모자랑포를 사천시 용현면 주문리라고 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번에 새로운 사료를 바탕으로 모자랑포가 미룡마을임을 밝혔다. 연구자들은 자신의 기존 연구 결과를 뒤집는 것을 아주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나는 이번에 나의 선행 연구가 잘못 되었음을 당당하게 인정하고 모자랑포를 새롭게 비정(比定)했다.

 

 

[이봉수] 

시인

이순신전략연구소 소장

https://myisoonsinxsz.zaemit.com/

 

작성 2025.12.19 10:07 수정 2025.12.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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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