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신화극장] 해남의 미륵산 ‘아직 오지 않은 부처’

 

[3분 신화극장] 해남의 미륵산 ‘아직 오지 않은 부처’

 

안녕하세요, 한나라입니다. 오늘은 남쪽 바다의 숨결이 가장 먼저 닿는 땅, 전라남도 해남으로 떠나보겠습니다. 땅끝이라 불리는 이곳에는 바다보다 오래된 기다림의 산이 하나 있지요. 사람들은 그 산을 미륵산이라 부릅니다. 해남 미륵산에 얽힌, 오래된 신화를 들려드릴게요. Let’s go.

 

아득한 옛날, 하늘과 땅의 약속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던 시절, 세상은 조금 기울어 있었습니다. 사람들의 삶은 무거웠고, 희망은 늘 한발 늦게 도착했지요. 그 모습을 내려다보던 하늘은 한 존재를 땅으로 보내기로 합니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대신한 기다림의 신이었지요. 그가 내려앉은 곳이 바로 해남의 주산, 미륵산입니다. 그날 이후 산은 움직이지 않는 몸으로, 그러나 깨어 있는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그 형상을 보고 말했습니다.

 

“아직 오지 않은 부처, 미륵이 이 산에 머문다.”

 

전설에 따르면 미륵은 바로 세상에 나서지 않았다고 합니다. 사람들의 고통이 너무 깊어, 성급한 구원은 또 다른 상처가 될 것을 알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그는 돌이 되어 앉았습니다. 말하지 않고, 손을 내밀지 않고, 다만 모든 것을 보고 들으며 때를 기다렸습니다. 그 산 아래 마을 사람들은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미륵산을 올려다보았다고 합니다. 흉년이 들면 “아직이구나” 하고, 아이를 잃으면 “조금만 더”라고 했지요. 이상하게도 산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조금씩 가벼워졌다고 하지요.

 

기다림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만으로도 삶은 하루를 더 버틸 힘을 얻었으니까요. 세월이 흘러 전쟁이 지나고, 왕조가 바뀌고, 사람들의 얼굴이 수없이 달라졌어도 미륵산은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어떤 이는 말합니다. “미륵은 오지 않았다”

 

그러나 또 어떤 이는 고개를 저으며 이렇게 답합니다. “아니, 그는 이미 와 있었다. 우리가 무너지지 않도록, 산이 되어 있을 것이야.” 해 질 무렵, 미륵산에 안개가 걸리면 산은 마치 숨을 쉬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때 바람을 타고 이런 속삭임이 들려온다고 하지요.

 

“구원은 갑자기 오지 않는다. 기다림 끝에, 사람이 사람을 놓지 않을 때 나는 비로소 내려간다.”

 

오늘도 미륵산은 말이 없습니다. 대신 해남의 하루하루를 고요히 떠받치며,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을 위해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3분 신화극장]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저는 코스미안뉴스 한나라 기자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작성 2025.12.20 10:06 수정 2025.12.20 10:15
Copyrights ⓒ 코스미안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우주기자 뉴스보기
댓글 0개 (1/1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