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가 남긴 마지막 ‘유언장’
그 뜨거운 숨결을 받아 적다
우리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인간의 탐욕과 위선으로 신음하는 지구를 바라보면서 이미 손쓸 수 없을 만큼 악화된 환경과 인간의 참혹한 현실을 마주하지 않을 수 없다. ‘지구의 마지막 유언장’은 자연과 인간의 균열 사이에 침몰된 생명의 기록이자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마지막 통지서다. 지구가 신음하는 소리는 곧 인간 스스로가 만들어낸 상처이자 이미 사형선고를 받은 환자의 눈물 같은 것이다. 홍영수 시인은 사라져가는 것들의 마지막 떨림을 시로 포착하여 따뜻한 손길로 담담하게 적고 있다. 우리가 외면한 상처 위에서, 지구는 오늘도 조용히 죽음을 준비한다. 지구는 더 이상 경고하지 않는다. 경고의 시간을 지나, 이제 ‘유언장’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홍영수 시인은 이 시집에 ‘지구의 유언장’, ‘해인海印의 항해’, ‘헤테로토피아로서의 DMZ’, ‘수직의 삶’, ‘어찌할까나’, ‘통로가 되고 싶은’ 등 세상을 향해 의미 있는 시제를 내놓았다. 문장의 행간마다 뜨거운 진실을 끌어올려 섬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시인의 진실에 대한 사유는 우리가 잃어버린 인간 문명의 감각을 되돌려주며 따뜻하고 비폭력적인 희망으로 우리를 위로해 주고 있다. 지구의 신음이 시인의 시어로 힘찬 목소리가 되어서 들리는 순간, 우리는 이 세계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시인은 마지막 남은 시작의 가능성을 향해 세상을 향해 외친다. 우리가 병든 지구의 세포였다면 이 시집은 그 사실의 자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