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는 2025년 올해도 연례행사처럼 몇 가지 계획을 세우고 정초부터 그 목표를 실천하려 야심 차게 한 해를 시작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연초에 약속한 결심이 흐지부지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어 의지가 약한 자신을 스스로 질책하곤 한다. 이처럼 매년 새해가 되면 거의 모든 이들이 올해는 꼭 해야 할 일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일 년 동안 이를 잘 지켜나가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상당수가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는 말처럼 계획이나 다짐을 오래 실천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작심삼일′이라는 말 자체가 '굳게 먹은 마음이 사흘을 못 가 흐지부지된다'라는 뜻이니 이는 ′의지가 약한 사람′, ′결심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부정적 의미로만 알려져 있다. 하지만 '작심'이라는 단어는 맹자(孟子)로부터 나온 긍정적 표현이었다는 걸 아는 이들이 많지 않다. 전국시대 맹자의 ′호변장(好辯章)′에 등장하는 ′작심(作心)′은 ‘마음을 단단히 먹는다’는 뜻이다. 그래서 ′작심삼일′의 뜻도 ′사흘을 두고 생각한 끝에 비로소 결정한다′는 신중함을 의미했다.
이런 뜻의 '작심삼일'은 고려와 조선 시대를 거치면서 정치적인 혼란 속에서 법령이 수시로 바뀌는 것을 빗댄 ′고려공사삼일(高麗公事三日)′, ′조선공사삼일(朝鮮公事三日)′과 어우러지면서 결심이 흐지부지되는 부정적인 의미로 변질됐다고 한다. 이처럼 오랜 역사를 지닌 어휘를 통해 오래전 우리 선조들 역시 새해에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각오를 다졌지만, 잘 지키지 못했다는 의미여서 한편으로는 현재를 사는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내심 위로가 된다.
새해 계획이 '작심삼일' 처럼 번번이 실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뇌과학자들은 인간의 뇌는 변화하려는 속성과 변화를 회피하려는 속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고, 변화를 시도하면 뇌에서 회피 반응이 일어난다고 한다.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해서는 새로운 행동이 습관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인간이 지닌 태생적 한계로 의지가 약해지다 보니 결국 중도에 포기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작심삼일'은 과학적으로도 증명된 현상이라고 한다. 우리가 어떤 일을 시작하면 흔히 '행복 호르몬'이라고 부르는 세로토닌(serotonin)이 우리의 뇌와 몸에서 분비되는데, 이 호르몬은 사람의 감정과 몸의 리듬을 편안하게 유지하고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중요한 신경전달물질이다. 그런데 세로토닌 분비는 보통 72시간가량만 지속되므로 72시간이 지나면 세로토닌 효능이 종료되어 이후부터는 일의 과정이 힘들게 느껴져서 지금까지 해오던 일을 포기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 결국 3일 만에 그 일을 그만두게 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초에 세운 계획이나 각오를 한 해 동안 꾸준히 지키고 실천하는 사람은 '보통 사람'이 아닌 '독한 사람'이라고 봐야 한다.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작심삼일′을 바꾸어 생각하면 ′마음먹은 것이 무려 3일이나 간다′는 놀라운 희망의 빛도 품고 있다. 1년 365일을 결심 한 번으로 끝낼 게 아니라 3일씩 쪼개어 122번을 결심하면 꿈을 이룰 수 있는 놀라운 기적의 용어로 변신할 수 있는 것이다.
새해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작심삼일′을 반복하는 자신을 보며 자책하는 것보다 3일마다 새로운 각오와 결심을 거듭한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한 의미가 있지 않을까. 그래서 2026년 병오년(丙午年) 한 해를 '독한 사람'이 아닌 '보통 사람'으로 사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여계봉 선임기자]
수필가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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