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사회는 빠른 지각변동으로 물질문명과 기계문명의 정점에 서 있다. 스마트폰, SNS, 인공지능은 우리의 삶을 편리하고 풍요롭게 만들었지만, 역설적으로 사람들을 고립시키는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미래학자 리처드 왓슨은 이를 “인류가 어느 정도 자폐를 앓고 있다”고 표현하며, 대면 소통의 부재와 그로 인한 위기감을 지적했다.
카페에서 마주 앉은 연인이 각자의 스마트폰에 몰두하고, 식사 중에도 한 손에 스마트폰을 쥔 채 대화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은 이젠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왜 우리는 점점 더 연결된 세상에서 ‘자폐’라는 단어를 꺼내 들며 불안해하는 것일까?
‘자폐’라는 표현은 의학적 진단을 넘어, 현대인의 소통 방식이 점차 자기중심적이고 단절적으로 변해가는 현상을 비유적으로 묘사하며 문학 세미나에도 화두가 된다. 스마트폰은 언제 어디서나 정보를 제공하고, 가상 공간에서 타인과 연결될 수 있는 강력한 도구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이 대면 소통의 욕구와 두려움을 동시에 증폭시킨다.
대입 준비생 P는 식사 중에도 스마트폰을 놓지 못한다. 피부처럼 달라붙어 있다. 반면, 자신이 좋아하는 주제로 대화가 시작되면 반짝이는 시선을 들어 상대의 눈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이는 디지털 기기가 소통의 장벽이 되면서도 여전히 인간적 연결을 갈망하는 현대인의 이중성을 보여준다. 우리는 타인과 깊이 소통하고 싶지만,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취약함과 불편함을 피하고자 디지털 세계로 도피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이 개인의 습관에서 파장이 커지면 사회적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스마트폰과 SNS는 즉각적인 만족감을 제공하는 속도감으로 사용자들을 끊임없는 자극의 순환 속으로 몰아넣는다. 이는 뇌의 보상 회로를 자극해 중독성을 강화하고, 결국 대면 소통에 필요한 인내와 공감 능력을 약화하게 만든다.
세미나나 학술 토론에서 ‘자폐’라는 단어가 빈번히 언급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이는 개인의 심리적 문제에만 머물지 않는다. 디지털 문명이 초래한 집단적 소외감과 단절의 상징이다. SNS에서 ‘좋아요’와 댓글로 가득한 가상 소통은 실제 대화에서 오는 깊은 공감과 이해를 대체하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점점 더 고립된 섬이 되어 진정한 관계를 형성하는 데 필요한 감정적·사회적 기술을 잃어가고 있다.
‘자폐적’ 위기에서 벗어날 길은 무엇일까? 기술을 배제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대신, 디지털과 아날로그 소통 간의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카페에서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서로의 눈을 마주 보며 대화하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만들거나 혹은 O처럼 특정 주제에 몰입하며 대화를 나누는 순간을 더 자주 가지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또한, 교육과 사회적 캠페인을 통해 디지털 중독의 위험성을 알리고, 대면 소통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폐’라는 단어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경고는 명확하다. 우리는 기술의 편리함에 취해 인간적 연결의 본질을 잃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고, 옆에 있는 사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은 우리가 잃어버린 소통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민은숙]
시인, 칼럼니스트
제4회 코스미안상
제3회 문학뉴스 &시산맥 기후환경문학상
2024 중부광역신문신춘문예
청주시 1인 1책 펴내기 지도 강사
꿈다락학교 시 창작 강사
문화재단 & 예술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이메일 : sylvie7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