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칼럼] 행복은 소유에서가 아니라 존재에서 나온다

고석근

“꼬마야, 눈사람은 절대 죽지 않아”

 

아이는 나를 빤히 쳐다본다.

 

“아저씨, 눈사람은 죽었어요. 죽지 않는다고 말하니까 이렇게 죽었잖아요” 

 

 - 최승호, <자동차에 치인 눈사람> 부분

 

 

눈사람은 사라진다.  누가 건드려서 망가지기도 하고, 햇살에 녹기도 한다. 그런데, 아이 눈에는 어떻게 보일까? 눈이 눈사람이 되고, 눈사람이 눈이 되니, 눈사람은 영원이다.

 

아이 눈에는 삼라만상이 영원이다. 어른 눈에는 눈사람은 분명히 사라진다. 그래서 어른들은 아이들을 위로한다.

 

“꼬마야, 눈사람은 절대 죽지 않아.”

 

그 말에 눈사람은 녹아내리고, 아이는 폐허가 된 세상을 본다. 

 

“아저씨, 눈사람은 죽었어요. 죽지 않는다고 말하니까 이렇게 죽었잖아요.”

 

소유의 삶은 늘 무언가를 가져야 한다. 어른은 눈사람도 갖는다. 가졌기에 녹아내리고 부서진다. 어른의 눈길과 손길이 닿으면  다 부패하고 사라진다. 아이들은 늘 천지창조에 여념이 없다. 

 

‘행복은 소유에서가 아니라 존재에서 나온다’

 

그래서 아이들은 항상 행복하다. 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은 존재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존재의 삶은 생산적이며, 깨어 있고, 현재에 뿌리내려 있다.”

 

인문학과 글쓰기를 만나며,

내 안에서 잠자던 아이가 깨어났다. 

아이는 언제나 즐겁다.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제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daum.net

 

작성 2025.12.25 10:54 수정 2025.12.25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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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