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수 원장의 행복노트]
기적은 펜 끝에서 시작된다
하루 24시간 중 단 5분. 스마트폰을 보는 시간보다 훨씬 짧은 이 시간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다면 믿겠는가? 많은 자기계발서와 성공한 기업가들이 입을 모아 추천하는 '감사 일기' 이야기다. 흔히 감사 일기를 도덕적 수양이자 마음을 차분하게 하는 심리적 위로 정도로 치부하기 쉽다. 하지만 최신 뇌과학은 감사 일기를 단순한 에세이가 아닌, 뇌를 물리적으로 개조하는 '과학적 훈련 도구'로 정의한다.
UCLA의 뇌과학 연구센터를 비롯한 세계 유수의 연구기관들은 감사를 표현하는 습관이 뇌의 구조와 기능을 변화시킨다는 사실을 MRI 스캔을 통해 입증했다. 매일 감사한 일을 찾아 기록하는 행위는 뇌의 전두엽을 자극하고, 행복을 느끼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의 생성을 촉진한다. 이는 마치 헬스장에서 근육을 단련하듯, 뇌의 '긍정 근육'을 키우는 과정과 동일하다. 본지는 하루 5분의 기록이 어떻게 당신의 뇌 구조를 바꾸고, 나아가 인생의 궤적을 변화시키는지 그 과학적 비밀을 파헤친다.
뇌는 쓰는 대로 바뀐다... '신경가소성'이 증명한 감사의 힘
인간의 뇌는 고정불변의 영역이 아니다. 경험과 생각, 반복적인 행동에 따라 신경 회로가 끊임없이 변하고 재구성되는데, 이를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이라 한다. 문제는 인간의 뇌가 진화적으로 생존을 위해 긍정적인 정보보다 부정적인 정보에 3배 더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설계되었다는 점이다(부정 편향). 가만히 있으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불안과 걱정의 회로를 강화하게 된다.
감사 일기는 이 흐름을 역행하는 강력한 트리거다. 의식적으로 감사한 일을 찾으려 노력할 때, 뇌의 좌측 전두엽 피질이 활성화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뇌 내 신경세포인 뉴런 사이에 새로운 연결 통로(시냅스)가 형성된다. "함께 발화하는 뉴런은 서로 연결된다(Neurons that fire together, wire together)"는 뇌과학의 원칙처럼, 감사를 반복할수록 뇌는 긍정적인 정보를 처리하는 고속도로를 닦는다. 즉, 감사 일기를 쓰는 사람은 시간이 지날수록 같은 상황에서도 희망과 기회를 먼저 발견하는 '긍정적 뇌 구조'를 갖게 되는 것이다.

천연 항우울제이자 진통제, 도파민과 세로토닌의 향연
감사 일기의 효과는 단순히 기분이 좋아지는 차원을 넘어서 내분비계의 즉각적인 변화를 일으킨다. 우리가 감사함을 느끼고 그것을 글로 적는 순간, 뇌의 보상 중추는 '도파민(Dopamine)'과 '세로토닌(Serotonin)'을 분비한다. 도파민은 성취감과 의욕을 불러일으키고, 세로토닌은 정서적 안정과 행복감을 준다. 이는 항우울제가 타겟팅하는 신경전달물질과 정확히 일치한다. 부작용 없는 천연 항우울제를 매일 복용하는 셈이다.
더 놀라운 것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감소 효과다. UC 데이비스의 로버트 에몬스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감사 일기를 쓴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코르티솔 수치가 23%나 낮았다. 이는 만성 염증을 줄이고 면역력을 높이며, 심장 건강을 개선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심지어 만성 통증 환자들이 감사 일기를 썼을 때 통증 자각 강도가 낮아진다는 임상 결과도 있다. 감사는 마음의 병뿐만 아니라 몸의 병을 치유하는 가장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약이다.
행운을 끌어당기는 자석, 뇌의 검색 엔진(RAS)을 재설정하라
감사 일기는 뇌의 '망상활성계(RAS, Reticular Activating System)'를 재설정하는 역할을 한다. RAS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수만 가지 정보 중 뇌가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정보만 필터링하여 의식으로 올려보내는 관문이다. 우리가 빨간색 자동차를 사려고 마음먹으면 거리의 빨간 차만 눈에 들어오는 '컬러 배스 효과(Color Bath Effect)'가 바로 RAS의 작용이다.
감사 일기를 쓰기 시작하면 뇌는 '감사할 거리'를 중요한 정보로 인식하여 RAS에 입력한다. 그러면 뇌는 하루 종일 일상 속에서 감사한 요소, 기분 좋은 일, 작은 행운들을 필사적으로 찾아내기 시작한다. 이전에는 스쳐 지나갔던 동료의 미소, 맛있는 커피 향, 맑은 하늘이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이는 흔히 말하는 '운 좋은 사람'이 되는 비결이다. 세상이 변한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뇌의 필터가 변했기 때문에 기회와 행운이 더 자주 포착되는 것이다.

"그냥 쓰지 말고 이렇게 써라" 효과 200% 높이는 디테일의 법칙
감사 일기의 효과를 보지 못했다면 쓰는 방식이 틀렸을 가능성이 높다. 단순히 "가족에게 감사합니다", "밥을 먹어서 감사합니다"와 같은 기계적인 나열은 뇌에 아무런 자극을 주지 못한다. 핵심은 '구체성'과 '감정의 재경험'이다.
"오늘 동료가 커피를 사줘서 고맙다"보다는 "피곤한 오후, 동료가 건넨 따뜻한 라떼의 향기 덕분에 지친 마음이 녹아내리는 듯한 위로를 받았다. 그 세심한 배려에 깊은 감사를 느낀다"라고 적어야 한다.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그때 느꼈던 감정을 글로 복기할 때 뇌는 그 순간을 다시 현실로 인식하여 행복 호르몬을 재분비한다.
거창한 행복을 찾으려 애쓸 필요 없다. 오히려 아주 사소한 것에서 감사를 발견할 때 뇌의 훈련 효과는 배가된다. 오늘 밤, 잠들기 전 5분만 투자해 펜을 들어보자. 당신이 무심코 적어 내려가는 그 글자들이 당신의 뇌세포를 깨우고, 내일의 당신을 더 단단하고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 것이다. 기적은 멀리 있지 않다. 당신의 펜 끝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