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신화극장] 호랑이를 거느린 ‘왕의 산’
안녕하세요, 조아라입니다. 인간의 기억과 땅의 숨결이 만나는 곳, 신화의 문을 함께 열어볼까요? 오늘의 무대는 서울 종로, 바람이 바위를 깎아 이야기를 만든 산. 인왕산에 깃든 신화를 준비했습니다. Let’s go.
아주 오래전, 아직 한양이 수도가 되기 전의 일입니다. 인왕산은 지금보다 훨씬 거칠고, 훨씬 깊은 산이었습니다. 바위는 짐승의 등처럼 솟아 있었고, 밤이면 호랑이의 울음이 골짜기를 건넜지요. 사람들은 이 산을 그냥 산이라 부르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말했습니다.
“인왕산에는 산의 왕이 산다.”
인왕산 산신은 호랑이를 거느린 존재로 전해집니다. 눈은 바위처럼 차갑고, 숨결은 안개처럼 산을 감싸 나쁜 기운이 도성으로 스며들지 못하게 막았다고 하지요. 서쪽에서 밀려오는 재앙과 혼란을, 인왕산은 온몸으로 받아내는 방패였습니다. 조선이 한양을 도읍으로 삼으려 할 때, 사람들은 두려워했습니다.
“서쪽 산이 너무 험합니다. 저 산이 노하면 어찌합니까?”
그때 한 노승이 인왕산을 올려다보며 말했습니다.
“저 산은 노하지 않는다. 다만, 지킬 뿐이다.”
그날 밤, 전설은 이렇게 이어집니다. 달빛 아래 인왕산 바위틈에서 거대한 호랑이가 나타나 천천히 도성을 향해 몸을 틀었다고. 그리고는 서쪽 하늘을 노려보며, 단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 순간부터, 재앙은 산을 넘지 못했고 한양은 사람들의 삶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인왕산의 바위들은 아직도 말이 없는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웃지도, 울지도 않지만,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표정. 사람들은 그 바위에 이름을 붙이고, 그 침묵에 의미를 새겼습니다.
“말 없는 수호.”
“움직이지 않는 용기.”
지금도 인왕산을 오르다 보면 이상하게 마음이 가라앉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도심의 소음이 멀어지고, 괜히 등을 곧게 펴게 되는 시간. 어쩌면 그건, 아직도 산신이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인왕산의 신화는 이렇게 말합니다. 강한 존재란, 앞에 나서는 자가 아니라 뒤에서 끝까지 버텨주는 자라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세상을 지키는 힘이 가장 오래 남는 신화가 된다고 말입니다.
오늘도 인왕산은 그 자리에 있습니다. 수많은 왕조가 지나가고, 도시가 변해도 산은 말없이 서쪽을 바라봅니다. 우리가 잊고 살아가는 동안에도, 지켜야 할 것들을 대신 짊어진 채로 말입니다.
한 편의 작은 드라마, [3분 신화극장]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저는 코스미안뉴스 조아라 기자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