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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내 몸이 다만
통로인 것을 알아채자마자
하늘이 내려와 소롯이 안기었다.
- 김규성, <몸의 증언> 부분
근대 철학의 아버지 르네 데카르트는 말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현대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은 이 명제를 전복한다.
“나는 생각하는 곳에 있지 않고, 생각하지 않는 곳에 있다.”
라디오를 처음 본 사람은 라디오가 말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라디오는 음성을 전파로 받아 말할 뿐이다.
우리가 평소에 하는 말을 잘 살펴보자.
우리가 하는가?
어디서 들은 말을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하는가?
우리의 몸은 통로일 뿐이다.
어느 날 내 몸이 다만
통로인 것을 알아채자마자
하늘이 내려와 소롯이 안기었다.
심층 심리학자 칼 융은 말했다.
“자기(Self)를 발견하는 일은 자아(Ego)가 더 이상 주인이 아님을 인정하는 것이다.”
인간의 ‘나’는 두 개다.
자아(Ego)와 자기(Self)
자아(Ego)는 말한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자기(Self)는 말한다.
“나는 생각하는 곳에 있지 않고, 생각하지 않는 곳에 있다.”
우리는 자아를 넘어 자기를 발견해야 한다.
‘하늘이 내려와 소롯이 안기는 삶’을 위하여.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제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