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오년이 밝았습니다. 붉은 털이 감도는 토끼처럼 빠른 적토마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60년 주기로 반복되는 천간과 지지의 두 글자엔 상징적 기운이 있습니다. 60년 전 병오년, 1966년엔 중국에서 문화대혁명이 일어나 나라 전체가 큰 혼란에 빠졌지요. 2026년 병오년은 나에게 어떤 해가 될까, 병오가 지닌 상징을 통해 무엇을 대비하고 조심하면 좋을지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일반적인 운세 읽기를 해볼까 합니다.
병오년은 육십갑자 중 가장 빛나고 뜨거운 해입니다. 먼저 긍정적인 면을 보면 뜨거운 열정이 꿈틀거립니다. 태양이 만물에 평등하듯이 그 열정은 편파적이지 않고 순수합니다. 정오의 태양 아래에서 숨을 데가 없듯이 잠재되어 있던 능력과 욕망이 폭발적으로 분출되고 불붙은 로켓처럼 빠른 속도로 추진력을 얻을 겁니다. 하지만 바로 같은 이유로 조심해야 합니다. 열정에 사로잡혀 멈추지 않고 나아가면 기다리고 있는 건 ‘번아웃(burn out)’이니까요. 그동안 수면 아래 숨겨 두었던 생각과 감정이 드러나기 시작하니 갈등이 증폭되고 분란이 생길 수 있습니다. 즉 화를 내는 일이 많아질 수 있습니다. 일의 진행 속도가 너무 빨라 멈춰서 점검하지 못하니 미리 방지할 수 있는 실수를 간과하거나 돌아봄의 시간을 갖지 못해 같은 실수를 되풀이할 수 있습니다. 특히 불은 물을 증발시켜 물이 상징하는 잠을 훼손합니다. 불면증이 우려됩니다. 열정은 사람의 마음을 차분하게 안정시키지 못하고 불안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격정적인 무대 위의 스포트라이트는 한시적입니다. 언젠가 불은 꺼지고 그 뒤에 몰려오는 공허함과 고독의 그늘은 깊고 서늘합니다.
그럼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청소부, 밥(The Janitor, Bob)’에서 워크홀릭 CEO가 제일 먼저 들은 교훈이 우리에게도 필요합니다. 바로 ‘재충전(recharge)’입니다.
‘다 타버린 뇌는 작동을 못한다. A burned up brain won’t start.‘
재충전이라면 휴가나 해외여행을 떠나는 등 거창한 걸 떠올리는데, 일상생활에서도 얼마든지 쉽게 할 수 있습니다. 책 속의 CEO는 회사 일과 관련 없는 분야의 책을 읽고 활력을 찾았는데, 이처럼 가벼운 운동, 독서, 글쓰기, 음악 감상, 요가, 명상 아니면 잠을 충분히 자는 것만으로도 재충전은 가능합니다. 분노, 짜증을 줄이기 위해서도 주기적 재충전은 꼭 필요합니다. 우리의 신체는 ’수승화강 水昇火降‘, 즉 머리는 차갑고 배는 따뜻해야 건강한데, 화를 내면 반대로 뱃속의 화가 머리로 올라가 버립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나면 번아웃된 머리와 마찬가지로 역할을 하지 못하지요. 그러니 병오년의 뜨거운 기운이 뱃속의 화를 자꾸 끌어올리려고 할 때마다 그 화를 다스리는 나만의 루틴이 필요합니다. 감정과 표현의 시차두기도 좋고 걷기나 심호흡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저는 자애 명상과 일기 쓰기를 추천합니다. 메따(Metta)라고도 하는 자애 명상은 나 자신을 포함하여 모든 존재에 대해 연민과 사랑의 에너지를 방사하는 연습입니다. 내면의 뜨거운 에너지를 따뜻한 복사열로 방출하는 것과 같죠. 쓰기는 성찰과 성장의 가장 훌륭한 방편입니다.
마지막으로 당부드리고 싶은 건 금주입니다. 속이 탈 때 마시는 술은 순간적으로 시원할지 모르지만 결과는 반대입니다. 술은 물처럼 보이지만 활활 타오르는 불의 기운이거든요. ‘재충전’을 술로 하고 있다면 병오년에는 대신 ‘차’를 마시면 좋겠습니다.
적토마는 바람보다 빨리 달릴지 모르지만 길들이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야생의 적토마는 맹수처럼 위험하지요. 김용의 ‘사조영웅전’에는 사나운 적토마를 아직 수련 중인 어린 곽정이 굴복시키는 장면이 나옵니다. 알고 보니 수개월 동안 호흡과 수면 훈련을 하고 있었는데 정작 본인은 그건 무공이 아니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처럼 적토마의 주인은 뛰어난 기량과 기술로만 결정되지 않습니다. 일상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재충전과 분노 다스리기 루틴의 힘이 여러분의 병오년 운세를 결정할 겁니다.
K People Focus 차경숙 칼럼니스트 (ueber35@naver.com)
함께성장인문학연구원 수석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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