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워서 떡 먹기'라는 속담이 있다. 아주 쉬운 일이라는 뜻이다. 농경시대에는 제일 맛있는 음식이 떡이었나 보다. 겨울밤 뜨뜻한 아랫목에 누워 떡을 먹는 것보다 쉽고 행복한 일은 없었을 것이다. 요즘 세대의 기준으로 보면 이해가 안 되는 말이다.
떡보다 맛있는 것이 얼마나 많은 세상인가. 그리고 왜 누워서 먹는지도 이해하기 힘들다. 의자에 앉아서 먹는 것에 익숙한 젊은이들에게, 누워서 떡 먹기는 자칫 눈에 콩고물이 들어갈 수 있는 생뚱맞은 속담일 수도 있다.
농경시대에는 육체노동의 강도가 상상을 초월했다. 그래서 일을 하다가 쉴 때는 대부분 누워서 쉬었다. 군대에 갔다 온 사람들은 안다. 더운 여름날 힘든 행군을 하다가 10분간 휴식을 할 때면 전부 철모를 베고 드러누워서 잔다. 가장 편안한 자세가 눕기이고 다음은 앉기, 그다음이 서기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떡을 먹으면서도 누워서 먹는 것이 제일 좋았을 것이다.
'누워서 떡 먹기'와 비슷한 속담으로 '도구통에 새알 부수기'라는 말이 있다. 도구통은 절구통의 방언으로 삼남지방에서 주로 쓰는 말이다. 도구통은 곡식을 찧는 용도로 사용되는 큰 돌통인데, 새알을 그 속에 넣고 찧으면 한 방에 와지끈 부서지고 만다. 강냉이를 말려 딱딱한 알갱이를 도구통에 넣고 찧어서 가루로 만들기보다 새알을 부수는 것이 얼마나 쉬웠을까.
인간의 육체적 동작와 관련해서도 비슷한 속담들이 있다. 손바닥 뒤집기를 '여반장(如返掌)'이라고 하는데, 손바닥을 이리저리 뒤집기는 누워서 떡 먹기 보다 쉬운 일이다. 그런데 이 말은 좋은 뜻으로 보다는 나쁜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약속 뒤집기를 여반장으로 하고, 아침에 한 말을 저녁에 바꾸는 조령모개(朝令暮改)의 인간들에게 어울리는 말이다.
절집에서 나온 말 중에 "세수하다가 코 만지기 보다 쉽다"는 격언이 있다. 항상 깨어서 화두를 성성하게 붙잡고 있는 것이 범부들에게는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집착과 망상만 끊으면 견성성불 하기가 세수를 하면서 코 만지기 보다 쉬운 일이라고 한다. 세수하면서 막힌 코도 푸니 일석이조라고 할 수 있다.
옛 우리말 속에는 조상들의 지혜가 번득이고 있다. 사라져 가는 우리말을 찾아서 되새겨 보는 것은 요즘같은 AI시대에도 의미있는 작업이다. 오늘은 종로 떡집에 가서 앉아서 떡을 먹어 볼 작정이다.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하고 따라붙는 호랑이는 없기 바란다.
[이봉수]
시인
이순신전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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