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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빠귀의 노랫소리를 들었을 때, 나는
깨닫게 되었다. 벌써 오래전부터 나에게서
죽음의 공포는 사라졌다.
- 베르톨트 브레히트, <자선병원 하얀 병실에서> 부분
경허선사는 1912년 갑산에서 입적하기 전
게송을 남겼다.
心月孤圓 (심월고원)
光呑萬象 (광탄만상)
光境俱忘 (광경구망)
復是何物 (부시하물)
마음 달(心月) 홀로(孤) 둥그니(圓)
그 빛(光)이 만상(萬象)을 삼켰도다(呑)
빛(光)과 경계(境)를 모두(俱) 잊으니(忘)
오로지 이 세상에
마음만 형형하게 빛난다.
아이다.
경허선사의 내면 아이가
빙긋 웃으며
속으로 혼잣말을 한다.
‘다시(復) 이것이(是) 무엇인고(何物)?’
브레히트 시인은 노래한다.
지빠귀의 노랫소리를 들었을 때
나는 깨닫게 되었다.
그는
천지자연과 하나의 파동이 되었다.
벌써 오래전부터 나에게서
죽음의 공포는 사라졌다.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제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