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인간으로 대하는 연습

2026년 인문학 트렌드를 꼽아보았는데, 첫 번째 키워드로 꼽은 ‘존재’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출처 : www.unsplash.com


며칠 전,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영상 하나를 보았습니다. 40대 초반, 아이 셋을 둔 아버지의 사연이었습니다. 변변한 직업 없이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지만, 종교경전 공부를 하며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지금의 삶에 만족하고 있다는 고백이었죠.


영상을 보는 내내 제 마음도 복잡했습니다. ‘너무 태평하네’ 싶다가도, 한편으로는 ‘사연자의 말도 틀린 건 없다’싶더군요. 그런데 법륜 스님의 답변은 예상보다 훨씬 단호했습니다.


“이 사연자는 문제가 없습니다. 문제는 주변 사람들입니다.”


배우자를 포함한 가족 구성원과 사회도 그의 존재 방식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었죠. 순간,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변신〉이 떠올랐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벌레로 변한 그레고르. 가족들은 그를 걱정하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그가 더 이상 돈을 벌지 못하는 순간부터 ‘부담’으로 여기기 시작합니다. 존재는 사라지고, 쓸모만 남습니다.


우리는 사람을 너무 쉽게 ‘돈’과 ‘이익’의 관점에서 바라봅니다. 얼마를 벌고, 앞으로 벌 가능성은 있는지, 성과는 어느 정도인지. 이 기준에서 벗어나는 인간은 존중받지 못하거나 소위 ‘손절’당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앞으로 A.I가 세상을 주도한다면, 인간의 ‘쓸모’는 더욱 위협받을지도 모릅니다. 그때는 단순히 돈-이익의 관점을 벗어나, 인간을 아예 무가치한 ‘무존재’로 여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확신합니다. 인간을 인간으로 바라보는 일은 결코 저절로 되는 게 아님을 말이죠. 훈련의 영역이라 여깁니다. 존재 자체를 존중하겠다는 다짐, 그리고 그렇게 살기 위한 공부가 필요합니다.


훈련의 시작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실직했거나 퇴직한 배우자, 가정주부로 살아가는 배우자, 사교육비와 취업 문제로 고민하는 자녀를 대하는 존중의 말 한마디에서 시작됩니다.


오늘 하루, 곁에 있는 사람에게 "돈 벌어오느라 고생했다"는 말 대신, "그저 당신이 곁에 있어서 좋다"라고 건네보는 건 어떨지요. 


인간을 인간으로 대하는 이 작은 훈련이야말로, 어떤 시대가 와도 우리를 인간으로 남게 하는 가장 단단한 힘이 될 것입니다.



참고영상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제 1518회] 40대 실업,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https://www.youtube.com/watch?v=rMvQJ2ZpH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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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혁 칼럼니스트 기자 hyogy82@naver.com
작성 2026.01.14 22:47 수정 2026.01.14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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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