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동안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고가 1주택 보유 전략, 이른바 ‘똘똘한 한 채’에 대한 과세 체계가 중장기적으로 손질될 수 있다는 신호가 정부 핵심 인사 발언을 통해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이 일정 성과를 내고 가격이 안정 국면에 접어들 경우, 다음 단계로 세제 논의를 피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공급 정책이 발표되고 주택 가격이 좀 안정되면 그 다음에는 세금 문제를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며 “같은 1주택이라도 소득세처럼 20억·30억·40억원 등 구간을 더 촘촘히 해 보유세 부담을 달리 적용하자는 제안이 있는데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정책 예고’라기보다 ‘문제 제기’로 보면서도, 고가 1주택을 세제 논의의 범위 밖으로 두기 어려워졌다는 점에 의미를 두는 분위기다. 현행 체계가 1주택 여부를 중심으로 실수요 보호에 방점을 찍어온 만큼, 가격 구간을 더 세분화해 누진 구조를 강화하는 방향이 실제 검토될 경우 상징성과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고가 1주택자의 보유세(종합부동산세)는 과세표준 구간이 단계별로 나뉘며 최고세율은 2.7% 수준이다. 양도소득세의 경우 1주택자는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최대 80%까지 적용받을 수 있어, ‘고가 주택 보유에 상대적으로 관대하다’는 조세 형평성 논쟁이 반복돼 왔다.
김 실장은 세제 논의의 ‘순서’도 함께 언급했다. 공급 확대를 우선하고 가격이 안정되면 세금 문제로 넘어갈 수 있다는 흐름을 제시한 것이다. 실제로 정부와 서울시는 용산국제업무지구 등 주요 지역에서 공급 물량을 놓고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주택 공급 규모와 관련해 서울시는 ‘최대 8000가구’, 정부는 ‘1만 가구 이상’을 제시하며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은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김 실장 발언을 두고 “당정 간 공식 논의가 진행된 사안이라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선을 긋는 등 진화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이번 발언을 단기 ‘세금 인상’으로 단정하기보다는, 정책 당국이 고가 1주택 과세 구조의 정교화 필요성을 공개 의제로 올린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다만 보유세·양도세를 동시에 건드릴 경우 매물 잠김과 거래 위축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속도 조절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고가 1주택 보유자들이 단기 가격 변동뿐 아니라 보유 전략, 매도 시점, 상속·증여 계획을 중장기 관점에서 재점검할 필요가 커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공급 정책이 가시화되고 시장 안정 논리가 힘을 얻을수록, ‘똘똘한 한 채’ 역시 세제 논의의 예외로 남기 어렵다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