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입지와 보유 기간만으로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던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과거처럼 매입 이후 별다른 운영 개입 없이 시세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워지면서, 자산 가치를 끌어올리는 핵심 요인으로 ‘운영’과 ‘용도변경’이 부상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서울 성동구 행당동의 한 대형 쇼핑몰이다. 장기간 공실로 방치되며 유령 상가로 불리던 이 건물은 최근 대기업 사옥으로 탈바꿈했다. 단순 리모델링이 아니라 쇼핑몰이라는 기존 용도를 과감히 버리고 오피스로 전환한 것이 특징이다. 높은 층고와 넉넉한 주차 공간 등 쇼핑몰의 구조적 강점을 오피스 수요에 맞게 재구성하면서 자산 가치와 임대 수익성을 동시에 끌어올렸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신축 개발의 경제성 악화가 자리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 지역 오피스 신축 공사비는 3.3㎡당 1,000만 원 안팎까지 치솟았다. 여기에 고금리 환경으로 금융비용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토지를 새로 확보해 건물을 짓는 이른바 그린필드 개발은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은 구조가 됐다. 시장에서는 “신축 대신 기존 자산을 재활용하는 방향으로 투자 축이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용도변경은 기존 골조와 구조를 활용할 수 있어 공사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는 점이 강점이다. 이미 투입된 매몰비용을 다시 활용하는 방식인 만큼 초기 투자 부담이 낮고, 인허가와 공사 기간도 상대적으로 짧다. 자본 회수 속도가 중요한 고금리 국면에서 투자 매력이 크다는 분석이다.
부동산의 ‘최유효이용’ 주기가 짧아진 점도 용도변경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 건물의 물리적 수명은 수십 년에 이르지만, 경제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용도는 훨씬 빠르게 바뀌고 있다.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핵심 입지의 해법으로 여겨지던 대형 쇼핑몰은 온라인 소비 확산으로 경쟁력이 약화된 반면, 오피스는 공급 부족이 지속되고 있다. 실제로 서울 프라임 오피스 공실률은 자연 공실률로 평가되는 5%를 크게 밑도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자본시장의 투자 전략도 달라지고 있다. 기관투자가와 해외 자본은 단순 보유형 투자에서 벗어나, 직접 가치를 창출하는 ‘밸류애드(Value-add)’ 전략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노후 호텔이나 오피스를 매입해 주거시설로 전환하거나, 저평가된 상업용 부동산을 재기획해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수천억 원 규모의 펀드는 물론 조 단위 프로젝트까지 용도변경을 전제로 한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입지에 대한 판단 기준 역시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접근성과 유동 인구가 절대적 요소였다면, 최근에는 콘텐츠와 운영 역량이 입지의 한계를 보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이라도 명확한 콘셉트와 스토리를 입히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모텔을 체험형 숙박시설로, 노후 고시원과 여관을 코리빙 주거 공간으로 바꾸는 시도가 대표적이다.
주거 시장에서도 용도변경은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수요가 급감한 도심 비즈니스호텔을 1인 가구 중심의 주거 공간으로 전환해 안정적인 월 임대 수익을 확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여기에 커뮤니티 서비스와 부가 매출을 결합해 단위 면적당 수익을 높이려는 전략도 확산되는 추세다.
다만 용도변경이 만능 해법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건축물 용도 변경 과정에서 주차장 기준, 학교보건법, 구조 안전 진단 등 각종 규제를 충족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금리가 투자 수익률을 웃도는 역레버리지 상황에서는 금융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용도변경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로 ‘운영 역량’을 꼽는다. 단순히 건물을 고쳐 매각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변경된 용도에 맞는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부동산 투자업계 관계자는 “트렌드에만 기대는 기획은 단기 효과에 그칠 수 있다”며 “운영 경쟁력이 자산 가치를 좌우하는 시대”라고 말했다.
시장 흐름은 분명하다. 상업용 부동산은 더 이상 ‘사두면 오르는 자산’이 아니다. 소유 중심의 투자에서 벗어나, 어떻게 운영하고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느냐가 성과를 결정하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용도변경은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을 상징하는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