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시장 안정은 착시…신규 계약 기준 전셋값 두 자릿수 폭등
갱신계약 통계에 가려진 임대차 현실…서울 아파트 월세도 역대 최고 상승률 기록
전세시장이 ‘안정됐다’는 정부와 일부 통계의 주장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표면상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3%대에 그친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갱신계약이 포함된 평균 수치일 뿐이다. 신규 전세계약 기준으로는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10% 이상 폭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는 착시이며, 실거래 기준으로 본 시장은 이미 '고삐 풀린 급등기'에 들어섰다고 분석한다.
■ 통계의 함정…갱신계약 제외 시 전셋값 급등
18일 <파이낸셜뉴스>가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의뢰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서울 아파트 신규 전세계약 평균 가격은 6억3593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5억7668만원) 대비 10.3% 상승한 수치다. 처음으로 신규 전세계약 평균가격이 6억원을 돌파했다.
특히 중소형 수요가 몰린 전용 59㎡의 경우, 전세가는 1년 새 4억7708만원에서 5억4305만원으로 13.8%나 올랐다.
같은 기간 경기도는 공식 통계 기준 상승률이 1.89%에 불과했지만, 신규 전세계약 기준으로는 7.0% 상승했다. 인천 역시 평균 상승률은 0.32%에 그쳤으나, 신규 계약 기준으로는 5.0% 올랐다.
이 같은 차이는 갱신계약 비중이 높아진 데 따른 ‘착시효과’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의 전월세 거래 중 갱신계약 비중은 40%대까지 치솟았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갱신 거래가 많아지면서 전체 평균 전세가격이 억제된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실제 시장과 괴리가 크다"고 설명했다.
■ 월세 전환 속도, 서울은 2배 이상 증가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 속도도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다. 특히 정부의 전세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임차인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월세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2025년 수도권 아파트 갱신계약 중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된 건수는 8168건으로, 2024년(4971건)보다 1.6배 증가했다. 서울은 같은 기간 2607건에서 5235건으로 2배 넘게 급증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여파로 월세 가격도 역대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5년 서울 아파트 월세는 3.94% 올랐다.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며, 수도권 전체 월세 역시 2% 넘게 상승했다. 주택 전체 거래 중 월세 비중은 서울 기준 64.1%로, 최근 5년 평균(51.1%)을 크게 웃돈다.
이남수 투미부동산컨설팅 부사장은 "계약갱신청구권이 끝나며 보증금 상승분이 한꺼번에 반영되고 있다"며 "여기에 전세대출 규제까지 겹쳐 세입자들이 월세로 밀려나고 있다"고 말했다.
■ 민간임대 '실종'…공급 절벽 2029년까지 이어질 우려
더 심각한 문제는 공급 감소다. 장기 임대를 책임지던 민간 임대주택 신규 공급이 사실상 사라지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서울의 민간 임대주택 신규 공급은 2020년 9만5000가구에서 2024년 1만3000가구로 급감했다. 전국 기준으로는 28만가구에서 5만가구 수준으로 줄었다.
아파트 입주 물량도 줄어들고 있다. 부동산R114 통계에 따르면 서울은 2025년 4만2611가구에서 올해 2만9161가구로 31% 줄었다. 직방이 집계한 아파트만의 통계에선 48%나 감소했다.
인허가 및 착공 지표 역시 급감하고 있어 업계에서는 "최소 2029년까지 공급난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새 정부의 규제로 전세는 사라지고, 월세는 늘어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며 "전세와 월세 가격이 동반 상승하는 초유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착시적 안정 속에 숨은 ‘임대차 대란’의 씨앗을 경고하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전세는 사라지고 월세는 비싸지는 상황에서 주거의 질이 추락하고 있다"며 "집값보다 더 무서운 것이 바로 전세 시장 붕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