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의 배우에게 가장 공허한 순간은 오디션이 끝난 직후다. 합격과 불합격이라는 결과만 통보될 뿐, 무엇이 부족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거의 남지 않는다. 연습은 계속되지만 그 시간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는 스스로 가늠해야 한다. 이처럼 연기 훈련의 과정이 기록되지 않는 구조는 오랫동안 배우 개인의 부담으로 남아 있었다. 이러한 현실에 문제를 제기하며 등장한 것이 AcTi플랫폼이다.
(주)디지털피플이 선보인 AcTi플랫폼은 연기 실력을 평가하거나 정답을 제시하는 서비스가 아니다. 배우가 기존에 해오던 학원 수업, 개인 연습, 워크숍 등의 훈련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그 과정을 기록하고 축적하는 데 목적을 둔다. 결과 중심의 평가가 아니라, 준비와 변화의 흐름을 남기는 구조를 통해 연기 연습의 기준을 새롭게 설정하려는 시도다.
연기 연습은 반복될수록 미세한 차이가 발생하지만, 그 변화는 대부분 감각에 의존해 판단된다. AcTi플랫폼은 배우가 스마트폰 카메라 앞에서 연습한 내용을 기록함으로써 발성, 호흡, 시선의 흐름 등 연기 과정에서 드러나는 요소를 스스로 점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는 연기를 채점하거나 우열을 가리는 방식이 아니라, 훈련 과정에서 어떤 지점이 달라졌는지를 확인하는 참고 자료로 활용된다.
플랫폼 내에는 수천 편의 연기 연습 대본과 배우·모델을 위한 전문 학습 자료가 구축돼 있다. 장르와 상황별 대본을 활용해 실제 촬영 현장에서 요구되는 연기 해석의 방향을 참고할 수 있으며, 모든 연습 이력은 개인별 기록으로 누적된다. 여기에 다양한 직업군과 성향을 반영한 가상 페르소나와의 대화 기능은 캐릭터의 관계 설정과 태도를 사전에 체감해보는 보조 훈련으로 활용된다. 이러한 확장된 연습 환경 역시 AcTi플랫폼이 지향하는 구조 중 하나다.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는 블랙 리포트 형태로 정리된다. 연습 이력, 대본 분석 과정, 피드백 변화, 관계 대응 패턴 등이 포함된 이 자료는 배우가 자신의 준비 상태를 설명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단순한 프로필이나 이력서가 아니라, 어떻게 준비해왔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이라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AcTi플랫폼은 이 기록이 캐스팅 관계자에게 참고 자료로 제공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베타 테스트에 참여한 한 신인 배우는 “연습을 해도 남는 것이 없다는 느낌이 가장 힘들었다”며 “훈련 과정이 기록으로 쌓이면서 준비에 대한 태도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디지털피플 강정호 대표는 “연기 연습과 캐스팅은 분리된 영역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흐름”이라며 “배우가 이미 해오던 노력을 증명 가능한 자산으로 전환하는 것이 AcTi플랫폼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연기를 잘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러나 연습의 시간이 사라지지 않고 다음 기회를 설명하는 근거로 남는 구조는 드물었다. 준비의 과정이 기록으로 축적되고, 그 기록이 신뢰의 자료로 이어지는 변화. 배우의 연습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이 흐름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하나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