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수의 우리말 찾기] 대한 추위

이봉수

오늘은 절기상으로 대한이다. 눈이 내린 후 대한 추위가 보통이 아니다. "대한이 소한 집에 놀러 갔다가 얼어 죽었다"라는 말이 있지만, 올해 대한(大寒)은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삼한사온이라는 용어도 이제 옛말이고, 이번 대한 추위는 일주일 내내 이어질 것 같다. 이틀 전만 해도 봄날처럼 포근해서 거제도 구조라에 매화가 피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날씨가 "미친년 널뛰듯이" 종잡을 수가 없다.

 

그래도 기후변화의 영향인지 요즘 추위는 예전만큼 심하지는 않다. 소달구지가 결빙된 한강을 건너는 1960년대의 흑백 사진을 본 적이 있다. 그 당시 애들이 썰매를 지치면서 용산에서 노량진까지 왔다 갔다 하는 모습도 보았다. 1970년대 후반에 내가 강원도에서 군대 생활을 할 때에도 영하 31도까지 내려갔던 기억이 난다. 요즘 추위는 그때와 비교하면 '새 발의 피'다.

 

"소한 대한 다 지나면 얼어 죽을 내 아들놈 없다"는 남부 지방 속담이 있다. 이 말을 듣고 있던 입춘이, "입춘 내 안 있나!"라고 한마디 했다고 한다. 옛날엔 소한과 대한 추위에 얼어 죽는 사람도 있었나 보다. 그리고 소한과 대한이 지나도 꽃샘추위가 있는 입춘을 잘 넘겨야 진정한 봄이 온다는 우리 속담이 재미있다. 

 

날씨야 

네가

아무리

추워 봐라

내가

옷 사 입나

술 사 먹지

 

이렇게 신천희 시인이 노래했다. 옷도 안 사 입고 고주망태가 되어 돌아다니다가 119 구급대에 실려 가 봐야 정신을 차릴 겨울 낭만객들의 호방한 '술타령'이다. 하지만 술기운으로는 잠시 동안 추위를 견딜 수 있을 뿐, 근본적으로 추위를 이기려면 따뜻한 옷을 입어야 한다. 문익점이 목화를 전래한 이후 사람들의 평균수명이 10년 늘어났다고 하니, 주당들은 참고하시기 바란다.

 

대한 추위가 아무리 기승을 부려도 결국 봄은 오고 만다. 겨울이 혹독할수록 매화 향기 짙고, 진달래는 더욱 붉게 필 것이다. 인생사도 마찬가지다. "삼대 거지 없고 삼대 부자 없다."는 속담이 있다. 명예나 권력도 삼대를 넘기기 쉽지 않다. "도덕을 지키며 사는 사람은 일시적으로 적막하지만, 권세에 아부하는 자는 만고에 처량하리라."는 채근담의 명구를 되새겨 보는 대한 아침이다.  

 

 

[이봉수] 

시인

이순신전략연구소 소장

https://myisoonsinxsz.zaemit.com/

 

작성 2026.01.20 11:02 수정 2026.01.20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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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