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고가 1주택자에 대한 세제 개편을 공식 검토하면서 서울의 고령 자가 소유자들이 거주 불안에 직면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소유자 10명 중 4명이 60세 이상인 상황에서, 보유세와 양도소득세가 동시에 강화될 경우 은퇴층의 부담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국가데이터포털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서울 아파트 소유자 가운데 60세 이상은 38.7%를 차지했다. 여기에 50대(26.2%)를 포함하면 전체의 약 65%가 은퇴 혹은 은퇴를 앞둔 연령대다. 특히 강남·서초·송파 등 고가 주택 밀집 지역일수록 고령 소유자 비중이 높다. 법원 등기정보 분석 결과 강남구 부동산 소유자 중 70세 이상 비율은 27.4%, 서초구 27.8%, 송파구 27.4%로 나타났다.
이 같은 구조에서 세제 강화는 고령 1주택자에게 직접적인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A씨(60대)는 “30년 넘게 살아온 집인데 집값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세금 부담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됐다”며 “투기를 한 것도 아닌데 결국 떠나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정부 기조 변화의 신호는 이미 감지되고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주택 공급이 안정되면 세금 문제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며 고가 1주택자에 대해 20억·30억·40억 원 등 과세 구간을 세분화해 보유세를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시장에서는 이와 함께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 공시가격 현실화 기조가 병행될 가능성도 거론한다. 이 경우 실거주 목적의 고령 1주택자들은 보유세와 양도세의 ‘이중 부담’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정기 소득이 없는 은퇴자에게 세금 인상은 자산 부담을 넘어 거주지 이전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세금 부담을 피하기 위한 증여 움직임은 이미 뚜렷하다. 법원 등기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의 증여 목적 소유권 이전 건수는 2047건으로, 2022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송파구는 137건에서 280건으로 두 배 이상 늘었고, 서초구와 용산구 역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다만 보유세 인상이 현실화되면 증여받은 자녀에게도 부담이 전가돼 ‘세금의 대물림’이 될 수 있다는 회의론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매물 출회 가능성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거래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본다. 국토연구원의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다주택자 양도세율이 1%포인트 오를 때 아파트 매매가격은 평균 0.206%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 세금 부담이 매도를 억제하면서 공급 부족으로 이어졌다는 해석이다.
부동산 시장 한 전문가는 “10억~25억 원대 1주택을 보유한 고령층은 세금 부담 때문에 팔지도, 상급지로 이동하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놓일 수 있다”며 “정책 설계 과정에서 거주 안정성과 세대 형평성을 함께 고려하지 않으면 시장 왜곡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