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보내는 영혼의 편지] 체 게바라
안녕하세요. 마음의 쉼이 필요한 그대에게 빛처럼 살다 간 영혼들의 편지를 전하는 영혼지기 ‘자인’입니다. 지금, 이 순간, 그대의 마음이 잠시 비어 있다면 그 틈으로 영혼의 편지를 함께 열어보려 합니다.
오늘은 이상과 연민 사이에서 끝까지 걸어간 혁명의 얼굴이자 인간의 양심, 체 게바라가 별이 되어 보내온 편지를 열어보겠습니다.
존경하는 그대에게,
나는 총을 들고 길을 건넜던 의사, 에르네스토 체 게바라입니다. 나는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나 쿠바에서 혁명했지요. 그러나 나는 숨이 가쁜 천식을 안고 사람의 고통을 지나치지 못하던 한 인간이었습니다. 젊은 날, 남미의 대륙을 오토바이로 가로지르며 지도를 외우는 대신 상처를 보았고, 병보다 더 깊은 가난을 보았습니다.
혁명은 분노에서 시작되었지만, 나를 끝까지 움직인 것은 연민이었습니다. 불의 앞에서 중립을 지키는 일이 이미 가해의 편에 서는 일임을 나는 너무 일찍 알았습니다. 그래서 선택했고, 그 선택은 나를 영웅으로도 만들었고 폭력의 얼굴로도 만들었습니다.
그대여,
나는 이상을 사랑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늘 잔혹했습니다. 사람들은 나를 혁명의 상징으로 기억하지요. 그러나 그 이름 뒤에서 나는 갈등했습니다. 정의는 언제나 순수한데, 그 정의를 실행하는 손은 어째서 이렇게 피로 물드는지 나는 무기를 들면서도 의사의 가운을 마음속에서 벗지 못했습니다.
나의 삶은 승리로만 이야기되지 않습니다. 쿠바의 환호 뒤에도 의심과 고독은 남았고, 새로운 세상을 세우기 위해 또 다른 전장을 향해 떠날 때 나는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이 길의 끝에는 귀환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럼에도 나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불완전한 인간이 완전한 세상을 만들 수는 없지만, 불의 앞에서 침묵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흔들리며 걷는 쪽을 선택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내 실패와 모순까지도 역사의 일부로 남기기로 했습니다. 영혼이 된 지금, 나는 조금 더 솔직해졌습니다. 혁명은 체제를 바꾸는 일만이 아니라 자기 안의 안락함을 배신하는 일이라는 것을. 분노만으로는 오래갈 수 없고, 사랑이 없으면 정의는 쉽게 잔혹해진다는 것을요.
인류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이념을 먼저 세우기보다 사람의 얼굴을 먼저 봐야 합니다. 적을 규정하기 전에 그가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한 번 더 묻기를 바랍니다. 세상은 적과 동지로만 나뉘기에는 너무 많은 회색을 품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대에게, 이 말을 남깁니다. 거창한 혁명을 꿈꾸지 않아도 좋습니다. 다만 불의 앞에서 자신의 양심을 조용히 외면하지 말아요. 그 작은 선택 하나가 누군가의 삶에서는 이미 혁명일 테니까요.
나의 초상은 종종 깃발이 되었지만, 나는 우상이 되기를 원한 적이 없습니다. 사람들이 내 얼굴을 들 때마다 스스로 생각하기를 멈춘다면 그 순간부터 혁명은 이미 죽은 것입니다. 의심하고, 질문하고, 끝내 자기 삶의 책임을 스스로 지는 것, 그 조용한 태도야말로 총성보다 깊이 세상을 흔드는 힘임을 별이 된 지금, 나는 더욱 또렷이 믿습니다. 나는 이제 총성도, 구호도 닿지 않는 곳에서 그대의 하루를 바라봅니다.
그대가 더 인간적인 선택을 할 때마다 나의 실패들 또한 조금은 구원받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대에게, 이 말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뜨거운 마음을 잃지 말되 차가운 사람은 되지 말아요. 신념을 품되 타인의 삶을 대신 결정하지는 말기를 바랍니다. 세상을 바꾸는 일보다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 언제나 먼저입니다.
사상도 이상도 없는 하늘나라에서 체 게바라가 이 편지를 보냅니다.
이 편지가 그대에게 잘 전달되었겠지요. 이 편지를 덮는 순간에도 그대의 마음 한켠에 남은 작은 울림은 그대의 하루를 따뜻하게 해줄 것입니다. 저는 영혼지기 ‘자인’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