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신화극장] 아무르강의 ‘용의 눈물’
안녕하세요. 한나라입니다. 신화는 시간에 새긴 신들의 연대기가 아니라, 세상을 만들어간 인간의 마음이 남긴 흔적입니다. 그래서 신화는 시간이 낡아도 사라지지 않고, 오늘도 우리의 가슴 속에서 숨처럼 되살아나 이야기가 됩니다. [3분 신화극장]은 신들의 이름을 빌려 인간의 얼굴을 비추는 등불입니다. 이제, 이야기의 문을 열어볼까요. Let’s go.
오늘은 얼음 아래에서도 꿈을 놓지 않는 존재, 유라시아의 북동쪽을 가로지르는 아무르강의 주인으로 떠나보겠습니다. 강이 되기 전부터 강이었던 존재, 아무르강의 용 이야기입니다. 아득한 태초, 세상은 아직 이름을 배우지 못했고 강은 지도 위에 그려지기 전의 생각에 불과했습니다. 그때 북쪽 설원의 깊은 밤 아래, 한 마리의 용이 길게 누워 잠들어 있었습니다.
비늘은 별빛처럼 차가웠고, 숨결은 눈보라보다 느렸지요. 그의 이름은 없었습니다. 이름을 갖기 전부터, 그는 세상을 잇는 존재였으니까요. 용은 잠 속에서 인간을 보았습니다. 서로의 언어를 잃고, 불을 들고 경계를 긋는 모습. 그 장면이 너무 오래, 너무 깊이 마음에 남아 용의 꿈은 점점 무거워졌다고 합니다. 결국 그는 몸을 뒤척였고, 그 움직임이 땅을 가르며 긴 상처 하나를 남겼지요. 그 상처 속으로 흘러나온 것이 용의 숨이자 눈물, 아무르강이었습니다.
용은 강이 된 뒤에도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는 물속 가장 깊은 곳에 누워 자신의 몸이 흐르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겨울이 오면 얼음이 그의 등을 덮었고, 봄이 오면 녹은 물이 그의 비늘 사이를 지나갔지요. 강이 얼어도 용은 잠들지 않았습니다. 움직이지 않는 시간 속에서 세상이 다시 말을 배우기를 기다렸으니까요. 사람들은 가끔 강 위에서 이유 없이 물결이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고 합니다.
어느 해, 강이 유난히 낮게 숨을 쉬던 날이 있었습니다. 물고기들은 길을 잃었고, 사람들은 강이 늙어간다고 수군거렸지요. 그때 아무르의 용은 처음으로 꿈에서 깨어났다고 합니다. 그는 자신의 비늘 하나를 떼어 물속에 풀어 놓았고, 그 조각은 수많은 물결이 되어 강의 몸을 다시 채웠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해를 “강이 스스로를 구한 해”라 불렀지요. 이후로 아무르강은 더 넓어지지도, 더 얕아지지도 않은 채 단 하나의 약속만을 지킨다고 합니다. 누군가 이 강을 필요로 하는 한, 용은 다시 잠들지 않겠다고 합니다.
바람도 없고, 배도 없는데 물만 조용히 갈라질 때. 그것은 용이 몸을 조금 바꾸는 순간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전쟁을 준비할 때, 그는 더 깊이 잠겼고 아이들이 강가에서 웃을 때, 그는 잠시 물 위로 숨을 내쉬었다고 하지요. 아무르강의 용은 싸우지 않습니다. 불을 뿜지도, 하늘로 날아오르지도 않습니다. 그가 선택한 방식은 단 하나, 모든 것을 흘려보내는 일이었지요. 증오도, 국경도, 무너진 이름들도 그의 몸을 지나며 조금씩 둥글어졌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강 위에 안개가 가장 짙게 깔리는 날, 용은 이렇게 속삭인다고 합니다.
“나는 세상을 나누지 않는다. 다만, 다시 만날 수 있도록 길게 눕는다.”
오늘도 아무르강은 흐릅니다. 그리고 그 아래, 아무르의 용은 여전히 눈을 뜬 채 세상이 스스로를 해치지 않기를 바라며 조용히, 아주 오래 숨을 쉬고 있습니다.
한 편의 작은 드라마, [3분 신화극장]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저는 코스미안뉴스 한나라 기자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