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골(부러진 뼈 접골약)
은평구 녹번동에 부러진 뼈를 낫게 하는 광물과 약수가 있다. 서대문구와 은평구를 경계인 백년산을 가로지르는 통일로에 산골고개란 다리가 있다. 우측은 녹번동이고 좌측은 응암1동이다. 이 산골고개에 상골(산골)이란 자연 광석이 뼈가 부러지거나 다쳤을 때 잘 아무는 광물과 약수가 있다. 조선 때부터 이곳 광산에서 산골이란 황산염철(Fe2SO4)이 생산되고 인근 냉정골엔 녹신 약수가 솟아 사람들이 진을 치곤 하였다. 산골은 파란색 녹반인데 철과 유황이 산화되어 까만 가루의 중금속으로 존재한다. 그리고 인근 냉정골의 녹신약수는 콜라겐을 재생하는 촉매제이며 칼슘의 밀도를 촉진하는 효력을 가지고 있어서 부러진 뼈를 붙게 하는 특약이다.
냉정골 약수(녹신약수)
산골고개 왼쪽 백련산 기슭은 응암1동인데 이곳에 깊고 찬 우물이 있다. 바로 산골이 녹아난 약수 우물이다. 은평로 220번지 녹번역 e편한세상 캐슬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우물이다. 이곳은 예부터 냉정골이라 하여 찬물이 솟아나는 곳인데 이 찬 우물이 약수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서 장안의 사람들이 약수를 마시려고 진을 쳤다는 것이다. 지금은 우물이 있는 곳엔 심택사란 절이 섰고 찬 우물이 약수가 흐르는 골에 아파트가 서서 옛 우물을 볼 수가 없다.
30년 전만 하여도 냉정골 약수(녹신약수)는 유명한 뼈와 위장약으로 널리 알려져 이곳을 찾는 사람이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냉정골은 일명 살구나무골이라고 하는데 살구나무가 동네에 빽빽이 들어섰다 하여 부른 이름인데 현재 e편한세상 아파트 단지 내에 200년 수령의 살구(脎枸)나무가 서울시 보호수로 관리되고 있다.
산골은 산짐승들이 즐겨 먹던 검은 돌가루다.
백련산 기슭에 찬물이 솟아 흐르는 냉정 골이 있다. 살구나무 골이라 하는데 이곳에 김씨라는 농부가 농사를 짓다가 냉천골 동굴에 고라니, 토끼 등 짐승들이 모여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자세히 보니 짐승들이 동굴 벽의 검은 흙을 핥아먹고 있는 것이었다. 그중에 다리가 부러진 토끼가 절룩거리면서 동굴 벽의 검은 흙을 파먹고 있었다. 대체 동굴에 짐승들이 왜 모였으며 돌가루를 핥아먹는 걸까, 살펴보니 다리를 절던 토끼가 매일 검은 흙은 파먹더니 절던 다리가 나아서 뛰어다니더니 나타나지 않았다. 토끼가 흙을 먹고 부러진 다리가 나아서 달리는 것을 알았다.
산새가 즐겨 마시던 냉정골 우물
그런데 또 이상한 현상을 보았다. 냉천골 우물가에 다리 부러진 새와 날개 부러진 세들이 모여들어 우물물을 열심히 먹고 가는 것이었다. 그중에 나래가 부러져 잘 날지 못하는 학이 우물물을 마시고 있었다. 며칠 후 학이 날개를 펴고 날아갔다. 농부는 자세히 보니 하나같이 상처를 입은 새들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농부의 아내가 밭에서 일하다가 굴러서 팔이 부러졌다. 그때 동굴에서 다리 부러진 토끼가 흙을 파먹고 달리던 것과 냉정골 우물을 마시던 학과 새들의 다리와 날개가 나아서 나는 것을 보았다. 하하, 저 검은 흙과 냉정수가 약이로구나. 농부는 동굴의 흙과 냉정수를 떠다 아내에게 먹였다. 그런데 부러진 팔이 금세 나았다. 부러진 팔이 접골되어 나은 것이다. 그 소문이 널리 퍼졌다. 뼈가 부러진 사람들이 모여들어 산골 흙을 파 가고 냉정골 약수를 퍼 나르기 시작하였고 이곳 산골의 흙을 생골, 냉정골 우물을 녹신약수라고 불렀다.
산골의 검은 흙은 황산염철이란 중금속으로 뼈를 튼튼히 하는 성분이 있어서 부러진 뼈를 아물게 하는 약이 되었고 냉정골 우물은 산골의 황산염철이 지하에 녹아서 흘러 우물로 솟구친 약수로 뼈가 부러지거나 골절을 낫게 하였다. 소문이 퍼져 허리, 다리 다친 사람, 간절, 절골. 곱추 등 환자들이 냉정골에 모여 우물가에 멍석을 깔고 자면서 차례를 기다려 물을 먹고 받아 갔다. 김씨 성의 농부는 이곳에 정자를 짓고 편히 쉬면서 약수를 마시게 했다는 이야기가 살구나무골 내정골에 남아 있었다. 지금은 아파트 개발로 사라진 우물이다.
청나라 장수 도르곤의 부러진 다리를 낫게 하다.
병자호란 때 청태종이 인조반정으로 광해군을 처형당한 것에 분개하며 조선을 침략하여 남한산성 삼전도에서 인조의 삼절지 예로 항복을 받고 퇴각하였다. 퇴각하면서 조공 명목으로 인질 3만(여인 1만, 장정 2만)을 데리고 무학재를 넘어 산골고개를 넘어가려는데 총사령관 도르곤이 낙마하여 다리에 골절상을 입어 움직일 수도 없었다. 원수지만 차마 그걸 볼 수 없어서 인질로 잡혀가던 한씨 성의 규수가 아뢰었다.
“제가 장군님, 골절을 낫게 해 주겠습니다.”
“어떻게 낙마하여 부러진 다리를 낫게 한단 말이냐?”
“이곳 고개에 산골이란 명약과 명천수가 있사옵니다.”
“정말 그 약을 먹으면 골절이 낫는단 말이냐?”
“네. 장군님.”
“그 약을 구해 오너라.”
규수는 부관을 데리고 냉정골 동굴에서 산골과 약수를 가지고 왔다. 도르곤은 산골 가루와 약수를 먹고 말을 탈 수가 있었다. 그는 청나라로 돌아갔을 때 산골과 냉정 약수를 계속 먹고 마셨더니 심양성에 도달했을 때 상처가 완전히 나았다. 도르곤 장군은 은혜 입은 규수를 불러 상을 주고 궁녀로 일하게 하였다. 그녀는 예조판서의 딸이었다. 궁녀가 된 그녀는 도르곤의 후궁이 되었다. 어느 날 그녀는 도르곤에게 간청하였다.
“전하, 조선에서 데리고 인질 처자들을 조선으로 돌아가게 해 주십시오.”
“그거야 인두세를 가지고 오면 귀향시키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귀족이나 부자들의 처자는 인두세를 내지만 가난한 처자들은 인두세를 낼 수가 없습니다.”
인두세를 내고 1,000여 명만 귀향한 상태였다. 도르곤이 명령하였다.
“포로로 잡혀 온 인질녀를 모두 석방하라.”
“전하, 이미 그녀들은 거의 청나라 병사와 결혼한 상태입니다.”
“그렇다면 아직 결혼하지 않은 인질녀를 석방하라.”
3,000여 명의 인질녀가 인두세 없이 석방되었다. 그리고 도르곤의 궁녀 한 씨는 해마다 냉정골 산골과 명천수를 떠 오게 하여 골절당한 조선인 병사들의 병을 낫게 하였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산골과 냉정골 명천수를 마시려고 수많은 백성이 모여들었다. 어찌나 사람이 많이 모이는지 자리를 깔고 차례를 기다렸다고 한다. 그러나 조정에선 절대 산골과 약수를 돈으론 팔지 못하게 하였다. 지금은 냉정골에 녹번동 e편한세상 아파트가 생기고 우물 자리엔 심택사(沈澤사)란 절이 세워졌다.
[김용필]
KBS 교육방송극작가
한국소설가협회 감사
한국문인협회 이사
한국문인협회 마포지부 회장
문공부 우수도서선정(화엄경)
한국소설작가상(대하소설-연해주 전5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