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밥으론 채울 수 없는 영혼의 허기… 정원진이 건네는 '내 엄마 밥' 한 수저

찬바람과 함께 찾아온 '쏠롱구스 노래들 #18'의 깊은 감성

도시의 화려한 식탁 뒤에 숨겨진 정서적 빈곤과 허기

우리가 회복해야 할 '밥상'의 가치, 그리고 어머니라는 이름

 

배가 부른데도 배가 고픈 시대다. 현대인은 넘쳐나는 먹거리와 화려한 미식의 홍수 속에 살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영혼의 허기'를 호소한다. 퇴근길, 편의점의 차가운 도시락이나 배달 앱의 인기 메뉴로 한 끼를 때우며 우리가 진정으로 갈구하는 것은 탄수화물이나 단백질이 아니라, 나를 온전히 알고 사랑해 주는 존재가 차려준 따뜻한 '온기'다. 싱어송라이터 정원진이 2026년 1월 28일 발표한 신곡 '내 엄마 밥(Feat. 고미영)'은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든다. 그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의 마음을 채워줄 진정한 밥 한 수저를 기억하느냐고 말이다.

 

21세기 한국 사회는 유례없는 경제적 풍요를 누리고 있으나, 가족 해체와 1인 가구의 증가로 인해 '함께 먹는 밥상'의 문화는 급격히 쇠퇴했다. 2015년 1집 앨범 '소통'으로 데뷔한 정원진은 지난 10여 년간 꾸준히 '쏠롱구스'라는 이름으로 우리 삶의 파편들을 노래해 왔다. 정원진의 음악은 화려한 오케스트레이션이나 자극적인 비트 대신, 텅 빈 마음을 채우는 된장국 같은 소박함을 택했다. 이는 쏠롱구스 작업실 대표로서 그가 지향해 온 '소통'의 연장선이며, 현대인이 잃어버린 '관계의 맛'을 복원하려는 처방전과도 같다.

 

특히 이번 '쏠롱구스 노래들 #18' 시리즈는 그가 삼 남매의 맏이이자 세 아이의 아빠로서, 그리고 한 어머니의 아들로서 살아오며 느낀 그리움을 집대성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사회적으로 '혼밥'이 일상이 된 오늘날, 그의 노래는 물리적 거리보다 더 멀어진 정서적 거리감을 좁히려는 시도로 읽힌다.

 

정원진의 음악 세계는 단순히 대중음악의 범주에 머물지 않는다. 그는 '나는 믿어요'와 같은 곡을 통해 깊은 신앙적 성찰을 보여준 그리스도인 음악가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 '내 엄마 밥'에서는 종교적 색채를 걷어내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어머니'와 '밥상'이라는 보편적 소재를 선택했다. 피처링으로 참여한 고미영의 목소리는 정원진의 담백한 보컬과 어우러져, 마치 어머니와 아들이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는 듯한 따뜻한 질감을 만들어낸다. 이는 음악 전문가들이 평가하는 '일상의 성화(聖化)'라는 관점에서 볼 때, 가장 평범한 소재로 가장 거룩한 위로를 전하는 고도의 예술적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이 곡의 백미는 지독할 정도로 구체적인 가사 묘사에 있다. "햇볕이 다 해준 된장에 통감자 송송 썰어 넣고 맑게 끓여낸 호로록 된장국"이라는 표현은 듣는 이의 미각을 자극하는 동시에 잊고 있던 유년의 기억을 소환한다. 정원진은 가사를 통해 "먹어도 먹어도 허기지는 식당 밥"과 대비되는 엄마 밥의 마법 같은 치유력을 강조한다. "뭘 많이 넣지도 않았는데 두 그릇은 뚝딱" 비우게 만드는 그 힘은 조미료가 아닌 '사랑'이라는 보이지 않는 식재료에서 기인한다. 그는 직접 작사, 작곡, 편곡을 도맡아 자신의 진심을 오롯이 담아냈으며, 이는 기교 위주의 현대 음악 시장에서 '진정성'이라는 강력한 논거로 작용한다.

 

결국 이 노래가 우리에게 남기는 질문은 미래를 향한다. 우리는 우리 아이들에게, 혹은 소중한 이들에게 어떤 '밥상'을 기억하게 할 것인가. "세상이 날 멀리 데려갈수록 더욱 그리운 내 엄마 밥"이라는 고백처럼, 물리적 거리가 멀어질수록 우리를 지탱하는 것은 결국 근원적인 사랑의 기억이다. 정원진은 바람 스치는 저녁 골목길, 백열등 하나 켜져 있지 않은 어두운 계단에서 어머니의 향기를 되새기며 우리를 위로한다. 이제 우리는 이 노래를 들으며 각자의 마음속에 놓인 낡은 밥상을 다시 마주해야 한다. 그 밥상 위에는 눈물로 간을 맞춘 그리움이 아니라,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희망이 놓여 있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휴대전화를 들어 어머니께 안부 전화를 하거나, 오늘 저녁은 소중한 사람을 위해 직접 따뜻한 국 한 그릇을 끓여보길 권한다. 정원진의 '내 엄마 밥'을 배경음악 삼아, 서로의 눈을 맞추며 먹는 한 끼가 어느덧 당신의 영혼을 채워줄 것이다.

 

 

 

 

내 엄마 밥 (작사/곡 정원진, Feat. 고미영)

 

엄마밥이 미치도록
그리운 날이 있지

 

바람스치는 저녁 골목길
백열등 하나 켜져 있지 않은
어두운 계단에서 나는
엄마 향기 애써 되뇌인다

 

그저 한 수저면 전부였던
모든 걱정이 순간 사라지는
이젠 꿈 속에서나 받아볼까
눈물만이 간 되는 내 밥

 

엄마밥이 미치도록
그리운 날이 있지
세상이 날 멀리 데려갈 수록
더욱 그리운 내 엄마밥

 

낡은 밥상 위 반찬은
햇볕이 다 해준 된장에
통감자 송송 썰어 넣고
맑게 끓여낸 호로록 된장국

 

엄마밥이 미치도록
그리운 날이 있지
세상이 날 멀리 데려갈 수록
더욱 그리운 내 엄마밥

 

먹어도 먹어도 허기지는
식당밥하고는 비교 안되는
뭘 많이 넣지도 않았는데
두 그릇은 뚝딱 엄마밥

 

엄마밥이 미치도록
그리운 날이 있지
세상이 날 멀리 데려갈 수록
더욱 그리운 내 엄마밥

 

엄마밥이 미치도록
그리운 날이 있지
세상이 날 멀리 데려갈 수록
더욱 그리운 내 엄마밥

 

더욱 그리운 내 엄마밥

 

 

작성 2026.01.28 18:34 수정 2026.01.28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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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