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의 바다 위로 매혹적인 목소리가 떠올랐다. 올리비아 딘의 감성과 알리샤 키스의 피아노 선율을 닮은 신예, 시에나 로즈(Sienna Rose)의 등장은 그야말로 혜성 같았다. 스포티파이 월간 청취자 350만 명을 단숨에 돌파하고, 톱스타 셀레나 고메즈가 자신의 소셜 미디어 배경음악으로 그의 곡을 선택했을 때만 해도 대중은 새로운 R&B 스타의 탄생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꺼진 뒤 남은 것은 무대 위의 아티스트가 아닌, 차가운 서버 속에 저장된 0과 1의 데이터 조합이었다. 우리 신문사 ‘The Imaginary Pocus’가 지향하는 ‘상상하는 인간’의 관점에서 이번 시에나 로즈 사태를 조망해보고자 한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해프닝을 넘어, 인간의 상상력과 서사가 왜 대체 불가능한지를 역설적으로 증명하는 중요한 분기점이기 때문이다.

서사가 없는 예술은 소음일 뿐이다: 증명된 '연결'의 경제학
우선 시에나 로즈라는 현상의 본질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그의 대표곡 ‘Into the Blue’는 500만 회 이상의 스트리밍을 기록하며 대중의 귀를 사로잡았다. 그러나 프랑스 스트리밍 플랫폼 디저(Deezer)의 분석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그의 음악 깊은 곳에는 인간의 호흡 대신 인공지능이 생성 과정에서 남긴 미세한 오류음, 즉 백색 소음(hiss)이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수노(Suno)나 우디오(Udio) 같은 AI 음악 생성 앱들이 소리를 합성하고 악기를 겹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 수학적 지문은 기술적으로는 감지되지만, 일반 청취자의 귀에는 그저 매끄러운 멜로디로만 들렸다. 이는 기술이 인간의 감각을 얼마나 교묘하게 기만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대중은 그의 목소리에서 소울(Soul)을 느꼈다고 착각했지만, 사실 그들이 소비한 것은 영혼을 흉내 낸 알고리즘의 연산 결과였던 셈이다.
더욱 본질적인 문제는 ‘서사의 부재’에 있다. 우리 인간이 예술을 사랑하는 이유는 결과물의 완벽함 때문만이 아니다. 우리는 그 예술가가 걸어온 길, 즉 오리진 스토리(Origin Story)에 열광한다. 거리에서 버스킹을 하고, 텅 빈 클럽에서 노래를 부르며, 고등학교 동창과 밴드를 결성했던 구체적인 삶의 궤적이 예술에 입체감을 부여한다. 하지만 시에나 로즈에게는 이러한 과거가 없다.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45곡을 쏟아내는 기계적인 생산성만 존재할 뿐, 라이브 공연이나 인터뷰, 팬들과의 소통은 전무했다. 고등학교 시절 그에게 사물함을 던졌다는 친구도, 데뷔 무대를 기억하는 목격자도 존재하지 않는다. 팬들이 그가 AI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느낀 배신감은 단순히 속았다는 분노가 아니라, 자신이 감동받았던 그 목소리에 교감할 대상인 ‘사람’이 없다는 공허함에서 기인한다. 영혼이 없다는 비판은 바로 이 지점에서 유효하다.

대체 불가능한 당신의 상상력: 0과 1의 세상에서 인간으로 남기 위한 조건
시에나 로즈 측은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해명 영상을 공개했지만, 이는 오히려 기술의 불완전함과 인간성의 결여를 동시에 노출하는 자충수가 되었다. 영상 속 그의 뒤편에 있는 문틀은 형체가 일그러지고, 고개 움직임에 따라 배경의 검은 선이 사라지는 기이한 현상이 포착되었다.
심지어 휴대폰 시계는 밤 9시 55분을 가리키고 있는데 창밖은 대낮처럼 밝은 모순은 이 존재가 현실의 시공간에 발붙이고 있지 않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인간 아티스트는 무대 위에서 음이탈 실수를 하거나 가사를 잊어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 불완전함 속에서 인간적인 매력을 느낀다. 반면, 시에나 로즈가 보여준 영상 속의 오류는 ‘언캐니 밸리(불쾌한 골짜기)’를 자극하는 기괴함일 뿐, 그 어떤 인간적 연민이나 공감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이번 사태는 자본의 논리 앞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케이팝 아이돌 한 명을 육성하기 위해 기획사는 연간 수십억 원의 비용과 수년의 시간을 투자한다. 반면 시에나 로즈와 같은 AI 가수는 생성 비용이 거의 들지 않으면서도 매주 약 350만 원의 저작권료를 벌어들이는 수익 모델을 창출했다. 이는 인간 예술가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다. 하지만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레이(Raye)가 말했듯, 예술은 최고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효율성과 생산성만을 따지는 알고리즘은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이다.
<The Imaginary Pocus>는 이번 사건을 통해 독자 여러분께 묻고 싶다. 당신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매끄럽게 정제된 데이터인가, 아니면 거칠더라도 삶의 무늬가 새겨진 인간의 목소리인가? 시에나 로즈는 역설적으로 우리에게 진짜 예술이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가 왜 인간을 필요로 하는지를 깨닫게 해주었다. 기술은 멜로디를 복제할 수 있을지언정, 그 멜로디를 잉태한 삶의 고통과 환희는 결코 복제할 수 없다. 상상력은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오직 인간의 고유한 특권일 것이다. 세상의 모든 빛은 차가운 화면이 아닌, 뜨거운 심장에서 비로소 켜지기 때문이다.
Imagination Lights the 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