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상은행(ICBC) 계좌 운영에 관한 개인적인 경험을 공유하고자 이 글을 쓴다.
이 글은 특정 은행을 비판하기 위한 글이 아니라, 중국에서 법인을 운영하며 실제로 겪은 ‘현실적인 행정 경험’을 기록한 체험담이다.
우리 회사는 2025년 2월경 중국 상하이에 지사를 설립했다. 한국에서 중국의 미디어 기관들과 다양한 협력 사업을 추진해 왔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 사업으로 넘어가는 단계에서는 현실적인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중국 중앙방송총국(CMG)을 비롯해 차이나텔레콤, 차이나모바일, 그리고 각 지역의 국가전파센터(国际传播中心) 등은 모두 국가급 혹은 준국가급 기관이다. 이들과 실제 계약을 체결하고 자금이 오가는 사업을 진행하려면, 외국 법인과의 직접 계약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결국 선택지는 하나였다. 중국 경내(境内)에 법인을 설립하고, 중국 법인 명의로 사업을 운영하는 것.
그렇게 우리는 상하이에 지사를 설립했고, 중국 공상은행에 법인 계좌도 개설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가 발생했다. 법인 설립 당시, 한국 일정 문제로 인해 나는 법정 대표자로서 모든 절차를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한 채 조기 귀국을 해야 했다. 남은 업무는 중국 파트너에게 맡겼고, 법인 설립과 계좌 개설은 정상적으로 완료된 것으로 알고 있었다. 한국에 돌아온 뒤에도 세무당국, 은행, 각종 기관들과의 업무는 화상회의와 전화회의를 통해 계속 진행됐다.
겉보기에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였다. 문제는 법인 계좌에서 돈을 쓸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회사 계좌로 자금은 정상적으로 입금되는데, 정작 인출도 안 되고, 이체도 안 되고, 사용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이유는 단순하면서도 강력했다. 중국 법인 계좌는 대표자가 직접 은행에 출석해 신분 확인과 실명 확인, 그리고 직접 서명을 해야만 자금 사용이 가능하다는 원칙. 이 원칙은 예외가 거의 없었다.
상하이 도착한 것이 저녁 7시 경, 다음 날 오전 8시, 공상은행으로 향한다. 몇 가지 일정을 묶어 상하이 출장을 잡았고, 첫날 오전 시간을 활용해 공상은행 업무를 처리하기로 했다. 사전에 연락을 해 두었기 때문에, 오전 8시 은행에 도착했을 때 이미 담당 창구 직원이 대기 중이었다.
이번에 처리해야 할 업무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법인 계좌에서 자금 인출 및 사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절차와 또 다른 하나는 개인 명의 공상은행 카드 계좌 정상화였다. 2017년의 카드, 2026년에는 멈춰 있었다 내 개인 공상은행 카드 계좌는 2017년 베이징에서 개설한 것이다. 코로나 직전까지 위챗페이, 알리페이와 연동해 아무 문제 없이 사용해 왔다.
중국은 당시에도 지금도 현금이나 신용카드 사용이 거의 없는 사회다. 대부분의 결제가 위챗페이와 알리페이를 통해 이뤄진다. 중국은 사실상 디지털 결제 사회가 이미 완성된 나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 차원의 디지털 화폐가 전면적으로 시행되지 않는 이유는, 알리페이와 위챗페이가 이미 시장의 99%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국가와 알리바바, 텐센트 사이에는 분명 조율과 협상이 진행 중일 것이라 짐작할 뿐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내 여권이 만료되었고, 2024년 12월 신규 여권으로 교체하면서 중국 내 신분증 정보가 갱신되지 않았던 것이다. 법인 서류는 모두 새 여권 정보로 변경되었는데, 개인 카드 계좌는 여전히 옛 여권 정보에 묶여 있었고, 그 결과 카드 사용이 중단되어 있었다.
서류는 ‘있다’가 아니라 ‘맞아야’ 한다
오전 9시부터 본격적으로 법인 계좌 업무가 시작됐다. 한국에서 준비해 간 서류는 다음과 같았다.
법인 도장, 대표자 도장, 대표자 여권, 그리고 영업집조(한국의 사업자등록증에 해당하는 문서)는 가져가지 않았다. 이미 은행에 회사 정보가 등록돼 있고, 필요하면 휴대폰에 저장된 이미지를 보여주면 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창구 직원은 영업집조 제출을 요구했다. 그래서 휴대폰에 저장해 두고 평소 편하게 사용하던 영업집조 이미지를 제시했다. 이 은행 지점은 이미 아는 사람을 통해 법인 설립과 계좌 개설을 진행했던 곳이었기에, 나 역시 비교적 안일하게 대응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내가 제시한 영업집조는 부본(副本)이었다. 은행에서 요구한 것은 정본(正本)이었다. 중국의 영업집조는 두 가지 형태가 있다. A4 사이즈의 부본(副本)과 A3 사이즈의 정본(正本)이 그것이다. 정본은 보통 접어서 보관하고, 실제 업무에서는 부본을 주로 사용한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부본 이미지를 제출한 것이다.
급하게 한국 사무실에 연락해 정본 영업집조를 스캔 받아 제출했고, 원칙상 불가한 절차였지만, 아는 사람, 즉 ‘관계(关系)’ 덕분에 업무는 계속 진행될 수 있었다. 이 순간 다시 한 번 느꼈다. 중국에서는 여전히 관계의 힘이 제도 위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두 시간, 수십 장의 서류, 끝없는 승인이 이어졌다. 법인 계좌에서 자금을 사용하기 위한 절차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했다. 서류 작성, 대표자 서명, 본점 승인 요청, 또 다른 서류 작성, 다시 본점 승인, 이 과정이 반복되며 두 시간 이상이 소요됐다.
창구 직원 한 명이 전담으로 붙었고, 그 직원의 상사는 그 지점의 지점장이었다. 그럼에도 이 정도 시간이 걸렸다. 이쯤 되면 이런 생각이 든다. 한국의 은행 서비스는 정말 ‘양반’이다. 아니, 사실상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점심 식사 중에도 이어지는 은행 업무는 계속 이어진다. 오전 11시 30분, 지점장과 점심 약속이 잡혀 있었고 개인 카드 계좌 업무는 끝내 처리하지 못한 채 법인 계좌 업무만 마무리한 상태로 식당으로 향했다. 식사 도중에도 담당 직원에게서 전화가 왔다. 구두로 설명하고, 확인하고, 다시 지시했다.
식사 후 다시 은행으로 돌아가 동영상 촬영과 영상 인터뷰를 진행했고, 그 영상 파일은 본점으로 전송되었다. 그리고 12시 30분, 다음 일정 때문에 은행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반나절이 걸린 ‘돈을 쓰기 위한 자격 증명’이 이렇게 종료되었다. 결국 중국 법인 계좌에서 자금을 사용할 수 있게 되기까지, 반나절의 시간이 통째로 소요되었다. 피곤했고, 번거로웠고, 솔직히 말하면 비효율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마지막에 이런 생각을 했다. 그래도 감사하다. 아는 사람이 있었고, 처리가 되었고, 사업은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중국에서 법인을 운영하거나 준비 중인 분이 있다면, 한 가지는 꼭 말씀드리고 싶다. 중국에서는 “될 것이다”가 아니라 “이미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서류는 많을수록 좋고, 원본은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
그리고 한국에서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은행 시스템과 행정 서비스가 얼마나 고도화되어 있는지도, 중국에서 한 번쯤은 반드시 체감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내가 중국 공상은행에서 보낸, 하루 반나절의 기록이다.
윤교원 대표 / The K Media & Commerce, kyoweo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