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하루, 말문이 트인다” – 7세 미만 아이 언어발달을 바꾸는 가족 놀이의 힘

말이 늦은 게 아니라, 기회가 적었을 뿐이다

설날은 ‘언어 자극 밀도’가 가장 높은 하루다

교구 없이도 가능한 명절 언어놀이의 정석

[놀이심리발달신문] “설날 하루, 말문이 트인다” – 7세 미만 아이 언어발달을 바꾸는 가족 놀이의 힘 박혜진 기자

말문은 갑자기 트이지 않는다

 

“우리 애는 왜 말이 이렇게 늦을까요?” 설 연휴를 앞두고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다. 병원 예약을 잡기엔 애매하고, 괜히 비교하다 마음만 조급해진다. 그런데 많은 부모가 놓치는 사실이 하나 있다. 아이의 말은 어느 날 갑자기 터지는 게 아니라, 충분히 쌓인 자극 위에서 ‘열리는’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7세 미만 아이에게 언어는 훈련의 대상이 아니라 관계의 부산물이다. 말은 가르칠수록 늦어지고, 함께 있을수록 빨라진다. 이 관점에서 보면 설날은 특별한 날이다. 온 가족이 모이고, 평소보다 말이 많아지고, 아이는 자연스럽게 대화의 한가운데에 놓인다. 이 하루가 아이의 언어발달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전문가들이 ‘고밀도 언어 환경’이라고 부르는 조건이 설날에 거의 완벽하게 갖춰진다. 다양한 연령의 화자, 반복되는 인사와 이야기, 감정이 실린 말투, 맥락이 분명한 대화. 이 모든 것이 교재 없이도 아이의 언어 뇌를 자극한다. 중요한 건 얼마나 많은 말을 시키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풍부한 말 속에 아이를 두느냐다.

 


왜 명절 놀이가 언어발달에 중요한가

 

언어발달 연구에서 반복해서 확인되는 사실이 있다. 아이는 ‘혼잣말’이 아니라 ‘상호작용’ 속에서 말을 배운다. 텔레비전이나 영상이 아무리 말을 많이 들려줘도 언어발달 효과가 제한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말은 주고받을 때 의미를 갖는다. 설날은 평소보다 상호작용의 밀도가 높다. 아이는 부모뿐 아니라 조부모, 삼촌, 이모, 사촌의 말을 동시에 듣는다. 

 

어른들은 자연스럽게 아이의 행동을 말로 풀어내고, 질문하고, 반응한다. “이게 뭐지?”, “누가 먼저 할까?”, “아까 했던 거 기억나?” 같은 문장은 아이에게 살아 있는 언어 교과서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명절 대화의 감정성이다. 기쁨, 놀람, 웃음이 섞인 말은 아이의 기억에 더 오래 남는다. 감정이 실린 언어는 단어를 넘어 문맥과 의도를 함께 학습하게 만든다. 이것이 바로 ‘의미 중심 언어발달’이다. 설날 하루는 이 조건을 자연스럽게 충족시킨다.

 


전문가 시선에서 본 ‘가족 언어놀이’

 

언어치료 현장에서 공통적으로 강조되는 원칙이 있다. 아이에게 맞는 언어 자극은 ‘조금 위’의 수준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너무 쉬우면 자극이 되지 않고, 너무 어려우면 아이는 침묵한다. 가족 놀이가 좋은 이유는 이 조절이 자동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조부모는 천천히 말하고, 부모는 아이 수준을 잘 알고 있으며, 또래 아이는 모방 욕구를 자극한다. 이 조합은 어떤 교구보다 정교하다. 

 

특히 놀이 속 언어는 목적이 분명하다. 규칙을 설명하고, 순서를 정하고, 결과를 말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문장을 이해하고, 따라 말하고, 변형해 사용한다. 중요한 것은 ‘놀이의 종류’가 아니다. 윷놀이, 그림 맞추기, 가족 흉내 내기, 음식 이름 맞히기 등 무엇이든 좋다. 

 

핵심은 어른이 설명자가 아니라 ‘반응자’가 되는 것이다. 아이가 한 말을 다시 말해 주고, 조금만 확장해 주는 방식이 가장 효과적이다. “강아지”라고 말하면 “그래, 흰 강아지가 뛰어가네”라고 덧붙이는 식이다. 이 작은 확장이 아이의 문장 길이를 늘린다.

 


설날 하루가 언어발달의 전환점이 되는 이유

 

많은 부모가 언어발달을 ‘연속적인 훈련’으로 생각한다. 매일 조금씩 해야 효과가 있다고 믿는다. 물론 일상적 자극은 중요하다. 그러나 결정적 전환점은 종종 ‘집중된 경험’에서 나온다. 설날 같은 하루가 바로 그렇다. 하루 동안 아이가 듣는 말의 양과 질이 평소의 몇 배로 늘어난다. 더 중요한 것은 말이 실제 상황과 강하게 연결된다는 점이다. 

 

세배를 하며 듣는 인사말, 놀이 규칙을 설명하는 문장, 음식 이름과 맛을 연결하는 대화는 모두 맥락이 분명하다. 이런 언어 경험은 기억에 오래 남고, 이후 일상 언어 사용을 촉진한다. 실제 현장에서도 명절 이후 말이 늘었다는 보고는 드물지 않다. 이는 기적이 아니라 구조적 결과다. 

 

언어는 사회적 도구이기 때문에, 사회적 장면이 풍부해질수록 발달이 가속된다. 설날은 아이에게 ‘말해도 되는 자리’, ‘말이 통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이 경험은 아이의 언어 자신감을 키운다.

 


말문을 여는 것은 사람이었다

 

설날에 필요한 것은 특별한 교재도, 비싼 장난감도 아니다. 아이 곁에 앉아 이야기를 들어 주는 사람, 아이의 말을 기다려 주는 여유, 그리고 웃으며 반응해 주는 가족이 전부다. 말은 그렇게 열린다. 올해 설날, 아이에게 무엇을 시킬지 고민하기보다 무엇을 함께 할지 떠올려 보자. 놀이의 규칙을 설명하고, 결과를 함께 말하고, 아이의 엉뚱한 표현을 고쳐 주기보다 받아 적듯 반복해 보자. 그 하루가 아이의 언어 이력서에 중요한 한 줄이 될 수 있다.

 

말문은 입에서 열리는 것이 아니라 관계에서 열린다. 설날은 그 관계를 가장 풍성하게 만드는 날이다.  이번 설날, 놀이 하나를 정해 온 가족이 아이의 말을 기다려 주는 역할을 해 보자. 아이의 말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관찰해 보고 싶다면, 가족 대화를 녹음해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더 많은 언어발달 놀이 자료와 부모 가이드를 원한다면, 관련 육아·언어발달 전문 사이트를 참고해 보길 권한다.

작성 2026.01.29 16:02 수정 2026.01.29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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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