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영 칼럼]
이 칼럼은 커리어를 방법으로 설명하지 않습니다.
대신, 사람들이 스스로를 규정하는 말의 구조를 들여다봅니다.
언어가 바뀌면 사고가 바뀌고,
사고가 바뀌면 커리어의 방향도 달라집니다.
오늘은 멈추는 선택이 언제 포기가 되고,
언제 다음 커리어의 출발점이 되는지,
‘멈춤’과 ‘포기’라는 두 단어를 통해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무언가를 중단해야 할 때마다 비슷한 두 단어 앞에서 망설인다.
“이건 멈춘 걸까, 아니면 포기한 걸까.”
겉으로 보면 둘 다 ‘그만두는 일’처럼 보이지만,이 두 단어가 커리어에 남기는 의미는 전혀 다르다.
포기는 질문을 끝내는 언어다
포기는 대개 지친 상태에서 나온다. 이미 버텨봤고, 애써봤고,더 이상 힘을 쓰고 싶지 않을 때 입 밖으로 흘러나온다.
“이제 못 하겠어.”
“나한테는 안 맞는 것 같아.”
“그냥 포기할래.”
포기의 언어에는 설명이 없다. 왜 여기까지 왔는지, 무엇을 남겼는지, 다음은 어디인지 묻지 않는다.
그래서 포기는 어떤 일을 내려놓는 동시에 자기 자신에 대한 질문도 함께 내려놓게 만든다.
포기를 선택한 사람들은 종종 이렇게 말한다.
“어차피 끝낼 거였어.”
“이 정도 해봤으면 됐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말처럼 들리지만, 마음 한쪽에는 ‘도망친 건 아닐까’라는 감정이 조용히 남는다.
멈춤은 질문을 남기는 언어다
반면 멈춤은 조금 다른 지점에서 시작된다.
“여기까지는 해봤다.”
“지금의 나는 이 지점에서 멈출 필요가 있다.”
“계속 가는 게 아니라, 방향을 다시 점검해야 할 때다.”
멈춤의 언어에는 질문이 남아 있다. 그리고 설명이 따라온다.
멈춤은 패배 선언이 아니라 판단에 가깝다.
상담 현장에서 커리어를 다시 정리해가는 사람들은 대개 이렇게 말한다.
“그때는 멈출 필요가 있었어요.”
“계속 가는 게 최선은 아니었어요.”
“지금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다고 느꼈어요.”
이들은 자신을 포기하지 않았다.
다만, 지금의 선택이 더 이상 나를 앞으로 보내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했을 뿐이다.
나 역시 ‘멈춤’을 선택한 적이 있다
나 또한 비슷한 선택의 시간을 지나왔다.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논문을 써야 하는 단계에서, 나는 그 길 앞에서 멈췄다.
거의 다 왔기에 그만두기에는 너무 멀리 와 있었고, 계속 가기에는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 어긋나 있었다.
논문을 쓰고 강의를 이어가는 대신, 나는 다른 선택을 했다.
지금은 신문을 발행하며 사람들의 커리어와 선택을 기록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 선택은 포기가 아니라 멈춤이었다. 지금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나를 앞으로 보내지 않는다는 판단이었다.
멈췄기 때문에, 지금의 방향을 다시 잡을 수 있었다.
커리어를 흔드는 건 ‘멈춤’이 아니라 ‘설명 없는 멈춤’이다
많은 사람들은 멈추는 순간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버티거나, 아니면 자신을 몰아붙이다가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것을 포기해버린다.
하지만 커리어를 흔들리게 하는 것은 멈춤 그 자체가 아니라 아무 설명 없이 끝내버리는 포기다.
설명이 없는 중단은 다음 선택을 어렵게 만든다.
반대로, 이유가 남아 있는 멈춤은 다음 길로 이어진다.
같은 중단이어도 우리가 어떤 언어로 설명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는 완전히 달라진다.
그래서 조직과 관계 속에서는 이런 말이 필요해진다.
“이 선택은 도망이 아니라, 다음 단계를 위한 정리입니다.”
나는 지금, 멈추고 있는가 포기하고 있는가
혹시 요즘 무언가를 내려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있다면 이렇게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좋겠다.
“나는 지금 포기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멈추고 있는 걸까.”
이 질문은 자신을 책망하기 위한 질문이 아니다. 다음 선택을 준비하기 위한 질문이다.
멈춤은 용기가 필요한 선택이다. 그리고 그 용기는 자기 자신에게 설명을 남기려는 태도에서 나온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자신에게 말한다.
“나는 끝난 게 아니라, 방향을 다시 잡고 있다.”
멈출 수 있는 사람만이, 다시 갈 수 있다
커리어는 계속 가는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제때 멈출 줄 아는 사람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멈춤은 실패가 아니라 조정해 가는 과정이다.
포기는 자기 자신을 내려놓는 말이지만, 멈춤은 다음 선택을 남기는 언어다.
이번 주, 무언가를 중단해야 한다면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도 좋다.
“나는 포기하는 게 아니라, 지금의 방향에서 잠시 멈춰 다음 선택을 준비하는 중이다.”
그 한 문장이 당신의 선택을 지켜주고, 당신의 커리어를 다시 앞으로 데려다 줄지도 모른다.

[박소영 칼럼] 박 소 영 | 커리어온뉴스 발행인, 브런치 작가
상담과 출판, 글쓰기를 통해
사람의 커리어를 ‘언어’로 해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