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 인기, 불안… 세 아이의 이야기로 본 현대인의 관계 불능증

불안이라는 병, 성인보다 먼저 앓는 아이들

침묵의 공범, 방관의 폭력

이해받고 싶었던 세 아이, 그리고 우리 모두의 이야기

 

가난, 인기, 불안… 세 아이의 이야기로 본 현대인의 관계 불능증

 

 

어른의 세계가 교실 안에 있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는 아동문학이라는 장르적 한계를 가볍게 뛰어넘는다.

겉으로는 아이들의 교실 이야기지만그 속에는 어른들의 경쟁계층불안이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다.

작가는 지갑 도난 사건이라는 일상적인 사건을 통해 사회의 깊은 균열을 드러낸다.

고효민임수현강주목 — 세 아이는 서로 다른 가정환경과 심리를 지녔지만공통적으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자신을 감춘다.

그들의 불안과 침묵은어른들의 세계가 이미 아이들의 마음에 스며들어 있음을 보여준다.

 

동화라는 이름 아래 감춰진 것은어른들이 만들어낸 불평등한 세계에 적응하려 애쓰는 어린 존재들의 자화상이다.

 

 

고효민은 성실하고 다정한 반장이지만, ‘가난한 마을에 산다는 이유로 한순간에 의심받는다.

지갑이 사라졌다는 단서 하나가곧 계급적 편견으로 작동한다.

이 사건은 단순한 도난이 아니라사회적 신분이 아이들 사이에서도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웅진주니어의 심사평처럼 교실 속 계급의 비극이자어른들의 축소판이다.

 

경제적 배경이 다르면 마음의 거리도 멀어진다.

내별마을이라는 배경은 단순한 지명이 아니라차별의 상징이자 경계의 메타포.

우리 사회가 출신지학교직장으로 사람을 구분하는 방식이 교실에서도 그대로 재현된다.

결국이 작품은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불평등의 질서를 아이들이 답습하고 있다는 냉정한 메시지를 던진다.

 

강주목은 언제나 1등을 해야 마음이 놓인다.

조금만 뒤처져도 불안에 휩싸이고친구의 인기조차 위협으로 느낀다.

그의 모습은 성취지상주의 사회에서 자란 조기 불안 세대를 그대로 보여준다.

공부’, ‘비교’, ‘경쟁이 이미 어린이의 일상어가 된 현실 속에서불안은 더 이상 성인만의 정서가 아니다.

 

아이들의 내면은 겉보기보다 훨씬 복잡하다.

김화요 작가는 그 심리를 놀랍도록 정교하게 포착한다.

누군가를 이해하지 못하는 불안은 결국 나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혼란으로 이어진다.

작품 속 세 아이는 각자의 상처를 인정할 때 비로소 타인을 이해하게 된다.

이 성장의 곡선은불안한 현대인이 회복해야 할 가장 중요한 감정 — 공감 — 으로 귀결된다.

 

고효민이 도둑으로 몰리는 동안반 아이들은 침묵한다.

누구도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않고대부분은 그저 지켜본다.

이 장면은 따돌림보다 더 무서운 집단의 방관을 드러낸다.

 

오늘날 직장커뮤니티, SNS 어디서든 침묵의 방관자는 늘 존재한다.

그들은 직접적인 가해자는 아니지만무관심이라는 이름의 폭력을 행사한다.

아이들의 이야기이지만이는 어른들의 현실을 그대로 비추는 거울이다.

김화요는 이 지점에서 도덕적 무감각이라는 사회적 병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그 결과이 작품은 단순히 성장동화가 아닌 사회학적 우화로 확장된다.

 

결국지갑 사건은 세 아이가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하는 계기가 된다.

고효민의 침착함임수현의 용기강주목의 사과는 그들의 내면적 성장을 상징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메시지는 이해받고 싶은 마음은 결국 모두에게 같다는 사실이다.

가난한 아이든완벽해 보이는 아이든모두 인정받고 싶은 마음을 품고 있다.

 

이 책은 어른 독자에게 묻는다.

당신은 마지막으로 누군가를 온전히 이해한 적이 언제인가.”

관계의 기술보다 마음의 진심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아이들의 눈을 빌려 조용히 일깨운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는 단지 어린이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관계를 잃어버린 현대 사회에 대한 경고이자회복을 향한 제안서.

이 작품은 가난불안비교라는 키워드를 통해 이해받지 못한 인간의 외로움을 통찰한다.

김화요는 아이들의 언어로 어른의 세계를 비판하며,

결국 우리 모두가 내가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를 오해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직시하게 만든다.

 

삶을 바꾸는 동화 신문 기자 kjh0788@naver.com
작성 2026.02.04 09:20 수정 2026.02.04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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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