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교의 성찬(饗宴) 아래 흐르는 냉혹한 화약고의 냄새
중동의 밤하늘은 고요하다. 하지만 그 정적은 평화의 다른 이름이 아니라, 거대한 폭풍을 잉태한 자의 무거운 침묵에 가깝다. 2026년 2월, 세계의 이목은 미국과 이란이 마주 앉은 회담 테이블에 쏠려 있다.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고 부드러운 외교적 수사들이 오가는 동안, 우리는 믿고 싶어 한다. 이제 이 지긋지긋한 화약고에 비가 내리고 갈등의 불씨가 꺼질 것이라고. 그러나 진실은 언제나 화려한 조명이 닿지 않는 곳에 숨어 있는 법이다.
차가운 렌즈를 가진 위성이 포착한 요르단의 무와파크 살티 공군 기지. 그곳에는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정교하고도 파괴적인 살육의 기계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말로는 평화를 외치지만, 손으로는 가장 날카로운 칼날을 갈고 있는 이 모순적인 현장. 이것은 단순한 군사 훈련인가, 아니면 우리가 애써 외면하고 싶은 비극의 서막인가. 국제 사회의 평화적 흐름이라는 껍데기를 한 꺼풀 벗겨내면, 그 안에는 당장이라도 방아쇠를 당길 준비가 된 '전쟁 패키지'가 섬뜩한 빛을 발하고 있다.
죽음의 천사들이 집결한 요르단: '하이-로우'의 정교한 톱니바퀴
2026년 1월 25일, 요르단 상공을 지나는 위성이 보내온 데이터는 충격적이다. 미군의 주력 공격 자산들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한곳에 모였다. F-15E 스트라이크 이글 최소 12대, 그리고 일명 ‘탱크 킬러’라 불리는 A-10C 썬더볼트 II 9대. 군사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하이-로우(High-Low) 믹스’ 전략의 완성형이라 부른다.
이 조합은 마치 잘 짜인 연극의 주연과 조연 같다. 하늘 높은 곳에서 F-15E가 압도적인 속도와 정밀 타격 능력으로 이란의 대공망을 찢어 놓으면, 그 틈을 타 지상으로 낮게 깔려 들어가는 A-10C가 적의 기갑 부대를 궤멸시킨다. 요르단이라는 전방 기지에 이 정도 규모의 근접 항공 지원(CAS) 전력이 배치되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는 방어용이 아니다. 실제 지상전이 발발했을 때 이란의 허리를 끊어버리겠다는 실전적이고도 노골적인 압박이다. 우리의 일상이 평온하게 흘러가는 이 순간에도, 요르단의 활주로는 뜨거운 엔진 열기로 숨을 헐떡이고 있다.
구조 신호가 예견하는 비극: ‘HC-130J’가 던지는 질문
공격기들의 날카로운 날개보다 더 내 가슴을 서늘하게 만든 것은 따로 있다. 지난주 은밀하게 요르단에 도착한 두 대의 ‘HC-130J’ 컴뱃 킹 II다. 이 기종은 공격을 위한 기체가 아니다. 적진 한복판에 추락한 조종사를 구출하거나, 생사기로에 선 특수부대원을 뽑아 올리는 ‘전투 탐색 및 구조(CSAR)’의 전문가다.
미국 펜타곤이 이 기종을 전면에 배치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들은 이미 아군 조종사가 적의 미사일에 격추당하거나, 특수부대가 적지 깊숙한 '핫 존'에서 고립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기정사실로 하고 있다는 뜻이다. 보험을 드는 사람은 사고를 대비한다. 구조기를 배치했다는 것은 곧 누군가 위험에 처할 만한 ‘실전’이 임박했음을 미군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다. 외교관들이 웃으며 악수하는 동안, 군인들은 이미 피 흘릴 준비를 마쳤다. 이 얼마나 지독하고도 서글픈 현실인가.
익숙한 살수의 재등장: 6월의 기억을 일깨우는 심리전
이번 배치의 화룡점정은 F-15E 편대의 정체에 있다. 이들은 지난 6월, 이스라엘과 이란이 충돌했을 때 실전 임무를 수행했던 바로 그 부대다. 중동의 험준한 지형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고, 이란의 레이더망이 어디서 켜지는지, 그들의 대응 패턴이 어떠한지 이미 몸으로 익힌 베테랑들이다.
익숙한 살수를 다시 보낸 것은 이란을 향한 잔인한 심리전이다. "우리는 당신들을 상대해 봤고, 실패하지 않았으며, 언제든 다시 할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소리 없이 외치고 있다. 여기에 MQ-9 리퍼 무인기가 24시간 하늘을 감시하고, 특수전 헬기들이 병력을 실어 나를 준비를 마쳤다. 감시와 타격, 지원과 구조로 이어지는 완벽한 ‘전쟁 패키지’가 이란 국경 코앞에서 완성되었다.
우리는 어떤 아침을 맞이할 것인가
평화는 힘의 균형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지탱된다고들 한다. 하지만 지금 요르단 기지에 쌓인 화력은 그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무게추라기보다, 상대를 압살하기 위한 거대한 망치에 가깝다. 위성 사진이 보여주는 이 냉혹한 진실 앞에서 우리는 물어야 한다. 과연 이 날 선 칼날들이 평화를 지키는 파수꾼이 될 것인가, 아니면 수천 명의 생명을 집어삼킬 폭풍의 시작점이 될 것인가.
칼을 든 자의 손에 힘이 들어갈수록 대화의 테이블은 위태로워진다. 인간의 탐욕과 두려움이 빚어낸 이 거대한 철의 요새가 결국은 무용지물이 되기를, 그래서 내일 아침 중동의 아이들이 폭격기 소리가 아닌 따스한 햇살에 눈뜨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하지만 현실의 위성은 오늘도 쉼 없이 차가운 증거들을 우리에게 쏟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