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로운 사람들이 모여, 마을의 하루를 채우다” 충남 당진 합덕 ‘합덕제작소’ 류세인·홍정은·홍운택 공동대표 인터뷰

카페·공방·소품숍이 공존하는 복합 문화 공간

 

▲ 충남 당진 합덕 ‘합덕제작소’ 류세인·홍정은·홍운택 공동대표

 

충남 당진시 합덕읍에 자리한 ‘합덕제작소’는 한 가지 단어로 정의하기 어려운 공간이다. 카페이자 소품숍이고, 동시에 여러 공방이 함께 운영되는 복합 문화 공간이다. 이곳에는 세 명의 대표가 있다. 각자 다른 분야에서 ‘만드는 일’을 해오던 이들이 한 공간에 모여, 합덕이라는 지역 안에서 조금은 다른 속도의 일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 사진 = 합덕제작소

 

홍정은 대표는 합덕제작소를 이렇게 설명한다. “그냥 와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쉬어가도 되고, 뭔가 만들어보고 가도 되는 공간이에요. 꼭 목적이 있어야 올 필요는 없었으면 했어요.” 합덕제작소는 무엇을 ‘해야 하는’ 공간이 아니라, 무엇을 ‘해도 되는’ 공간에 가깝다. 그 느슨함이 오히려 이곳을 오래 머물고 싶은 장소로 만든다.

 

합덕제작소의 가장 큰 특징은 세 명의 대표가 각기 전혀 다른 작업 세계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이 차이가 공간을 단조롭지 않게 만든다.

 

▲ 사진 = 합덕제작소

 

류세인 대표는 미술 전공자로, 회화 기반의 미술 수업과 함께 뜨개 소품, 뜨개 식물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관엽식물의 형태를 뜨개로 구현한 작품들은 물을 주지 않아도 늘 그 자리에 머무는 ‘죽지 않는 식물’로, 온라인 스토어 ‘메이드 타이니 블루’를 통해 판매되고 있다. 출산 이후에는 집에서 작업을 이어가며, 일과 삶의 균형을 조금씩 조율해 가는 중이다.

 

▲ 사진 = 합덕제작소 뜨개 작품

 

홍운택 대표는 인테리어 벽시계 브랜드 ‘오캣(OH!CAT)’을 운영 중이다. 손목시계가 아닌, 공간에 오래 머무는 벽시계에 주목해 각자의 취향을 담아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 시계 제작과 클래스를 진행한다. 그의 시계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물건’이라기보다, 나만의 공간에 오래 두고 싶은 오브제에 가깝다.

 

▲ 사진 = 오캣 벽시계

 

홍정은 대표는 공간 운영 전반을 맡으며 카페, 소품숍, 레진 공예 원데이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다. UV 레진을 활용한 키링·소품 클래스는 짧은 시간 안에 완성할 수 있어, 공예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특히 반응이 좋다. 커피와 디저트 역시 직접 만들며, 공간의 온도를 세심하게 조율하고 있다.

 

▲ 사진 = 합덕제작소

 

합덕제작소는 한 명의 작가, 한 가지 공예에 집중하는 기존 공방과는 결이 다르다. 한 공간 안에서 미술, 뜨개, 레진, 시계 제작까지 서로 다른 작업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별점이다.

 

▲ 사진 = 합덕제작소   

 

“공방을 찾아보면 보통 한 가지 수업만 하잖아요. 저희는 한 공간에서 여러 가지를 만들어볼 수 있어요.” 각 분야의 키트 판매부터 원데이 클래스까지 선택의 폭이 넓다. 카페 손님으로 들어왔다가 소품을 구경하고, 다시 클래스 참여자로 이어지는 흐름도 자연스럽다. 이 공간에는 ‘이용 방법’이 정해져 있지 않다. 머무는 방식 역시 각자의 선택이다.

 

▲ 사진 = 합덕제작소    

 

합덕제작소가 자리한 건물은 오랫동안 비어 있던 상가였다. 세 대표는 인테리어를 외주에 맡기기보다, 직접 고치고 만들며 공간을 채웠다. 폐목재를 활용해 만든 테이블, 오래된 마룻바닥을 살린 바닥 마감은 이 공간의 분위기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 사진 = 합덕제작소

 

“요즘은 일부러 이렇게 만들려고 해도 돈이 많이 들죠.” 어릴 적 학교 교실 바닥을 떠올리게 하는 나무 바닥은,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묘한 익숙함과 따뜻함을 동시에 전한다. 새것보다 ‘시간이 남아 있는 것’을 선택한 이들의 결정이 공간 전체의 인상으로 이어진다.

 

▲ 사진 = 합덕제작소

 

운영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자, 대표들은 자연스럽게 동네 아이들 이야기를 꺼냈다. 오후 4시쯤이면 합덕초등학교 학생들이 학원 가기 전 잠시 들러 물을 마시고, 테이블에 앉아 쉬다 간다.

 

“손님이라기보다 그냥 동네 아이들이죠.” 아이들이 선물로 준 그림과 편지는 지금도 매장 곳곳에 걸려 있다. 갈 곳이 마땅치 않은 아이들에게 합덕제작소는 잠시 머물 수 있는 ‘안전한 장소’가 됐다. 매출로는 환산할 수 없지만, 이 공간이 존재하는 이유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 사진 = 합덕제작소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세 대표의 답은 조금씩 달랐다.

홍정은 대표는 공간을 활용한 작은 소모임, 책 모임, 공예 모임 등을 구상 중이다.

류세인 대표는 뜨개 작가로서 소형 판매 제품을 넘어, 공간을 채울 수 있는 대형 오브제 작업에 도전하는 것이 올해 목표다.

홍운택 대표는 지금의 흐름을 유지하며, 공간이 가진 자유로운 성격을 지켜가고 싶다고 말한다.

 

▲ 사진 = 합덕제작소

 

공통된 답은 하나였다.

“억지로 키우기보다는, 오래 유지하고 싶다.”

 

합덕제작소는 거창한 문화 시설도, 대규모 상업 공간도 아니다. 하지만 합덕이라는 지역 안에서 ‘잠시 머물 수 있는 선택지’를 만든 공간이다. 커피를 마셔도 되고, 만들어도 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곳.

세 명의 대표가 각자의 속도로 만들어가는 이 공간은 오늘도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합덕의 하루를 채우고 있다. 작지만 단단한 선택지 하나가, 지역의 일상을 조금 더 풍부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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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캣  https://smartstore.naver.com/oh-c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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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6.02.05 21:43 수정 2026.02.05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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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