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신화극장] 러시아 소녀 ‘볼로야’
안녕하세요. 한나라입니다. 신화는 시간에 새긴 신들의 연대기가 아니라, 세상을 만들어간 인간의 마음이 남긴 흔적입니다. 그래서 신화는 시간이 낡아도 사라지지 않고, 오늘도 우리의 가슴 속에서 숨처럼 되살아나 이야기가 됩니다. [3분 신화극장]은 신들의 이름을 빌려 인간의 얼굴을 비추는 등불입니다. 이제, 이야기의 문을 열어볼까요. Let’s go.
오늘은 숲이 호수를 감싸안고, 안개가 이름을 숨겨 두는 땅으로 떠나보겠습니다. 러시아 북서쪽, 조용히 누워 하늘을 비추는 물의 거울, 볼로예호수입니다. 지도 위에서는 작은 점에 불과하지만, 밤이 되면 별들이 먼저 찾아오는 곳이죠. 지금부터 볼로예호수에 얽힌 오래된 신화를 들려드릴게요.
아득한 옛날, 이곳에는 물이 없었다고 합니다. 끝없이 이어진 자작나무 숲과, 바람이 지나가며 남긴 흰 숨결뿐이었지요. 그 숲의 중심에는 한 소녀가 살았습니다. 이름은 볼로야입니다. 그녀는 숲의 소리를 알아듣는 아이였고, 나무의 아픔과 새의 꿈을 모두 들을 수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어느 해, 긴 가뭄이 찾아왔습니다. 강은 마르고, 짐승들은 길을 잃었으며, 하늘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지요. 숲은 점점 갈라졌고, 볼로야는 매일 밤하늘을 향해 속삭였습니다.
“우리를 잊지 말아 주세요.”
그러나 하늘은 침묵했고, 결국 소녀는 결심합니다. 자신의 가장 깊은 슬픔을 꺼내어 숲의 한가운데 묻기로 했습니다. 그녀가 땅을 껴안고 울던 자리에서 처음으로 맑은 물이 스며 나왔다고 합니다. 그 눈물은 멈추지 않았고, 하룻밤 사이 숲은 하나의 푸른 호수를 품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볼로예호수라 전해집니다. 그래서 이 호수는 바람이 불어도 쉽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표면은 고요하지만, 깊은 곳에서는 오래된 감정이 천천히 움직이지요. 사람들은 말합니다. 달빛이 비칠 때면 호수 위에 소녀의 그림자가 떠오른다고 합니다. 그녀는 여전히 숲을 지키며, 누군가 마음이 말라갈 때 조용히 물을 건네고 있다고 하지요. 전설에 따르면, 볼로예호수에 돌을 던지면 물결은 곧 잦아들지만, 자신의 마음속 돌은 더 크게 울린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곳을 찾는 이들은 소원을 빌기보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법을 배운다고 하지요. 해 질 무렵, 호수 위에 안개가 낮게 내려앉으면 숲과 물의 경계가 사라집니다. 그때 어딘가에서 이런 속삭임이 들린다고 합니다.
“눈물은 약함이 아니다. 세상을 다시 적시는 시작이다.”
오늘도 볼로예호수는 말이 없습니다. 다만 숲을 비추고, 하늘을 담으며 누군가의 메마른 마음에 조용히 물을 채워 주고 있을 뿐입니다.
[3분 신화극장]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저는 코스미안뉴스 한나라 기자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