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를 주요 매체로 작업해온 란킴 작가가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인사아트센터 5층 경남갤러리에서 2월 18일부터 23일까지 개인전 ‘기억의 촉감’을 개최한다. 오프닝 행사는 18일 오후 5시에 진행된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약 35년간 이어온 섬유 기반 조형 작업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란킴은 물감을 사용하지 않고 천과 원단을 화면 위에 말아 올리는 방식으로 작품을 제작해왔다. 잘라낸 천을 겹겹이 쌓아 올려 화면을 형성하는 과정이 특징이다. 한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수개월이 소요되며, 제작 과정 자체가 작품 구조의 일부로 작용한다.
작가는 이러한 작업 방식을 통해 기억과 감정의 축적 과정을 시각적으로 구현하고자 했다. 전시 제목인 ‘기억의 촉감’은 화면 위에 드러나는 물성을 통해 기억을 환기하는 데 초점을 둔다. 작품 표면에는 섬유의 결이 그대로 남아 있으며, 관람자는 시각적 인식과 함께 촉각적 상상을 병행하게 된다.

출품작 중 ‘쁘레따 뽀르떼의 욕망’ 연작은 천을 다층적으로 배열해 화면을 구성한 작업이다.
일정한 구조 안에서 반복적으로 축적된 원단은 욕망과 결핍이라는 주제를 형상화한 것으로 설명된다. 동일 제목의 작품이 연도와 크기를 달리해 제작되었으며, 이번 전시에서도 여러 버전이 함께 소개된다.
현대미술 평론가 고충환은 해당 작업에 대해 개인적 경험을 응축한 자화상적 성격을 지닌다고 분석한 바 있다. 그는 작가의 작업이 개인의 기억에서 출발하지만 관람자의 경험과 교차하는 지점을 형성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작품 해석은 관람자의 경험과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란킴의 작업은 전통 회화 형식과는 구별되는 재료 사용 방식을 택하고 있다.
안료 대신 섬유를 선택함으로써 화면은 색면이 아니라 물질의 층위로 구성된다. 이 같은 방식은 텍스타일 아트와 회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실험으로 볼 수 있다. 전시는 23일까지 진행된다. 관람 시간 및 세부 정보는 경남갤러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섬유를 매체로 한 장기 작업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물성 중심의 조형 방식이 기억이라는 개념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기억의 촉감’은 섬유를 기반으로 한 조형 작업의 지속성을 보여주는 전시다. 재료 선택과 제작 방식에서 드러나는 특징을 통해 동시대 미술에서 매체 확장의 한 사례를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