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운영에서 규칙을 세우는 일은 늘 조심스럽다. 자칫 차갑게 보일까 걱정되고, 학부모가 불편해할까 마음이 흔들린다. 그래서 많은 학원이 규칙을 “있긴 있지만, 적용은 상황 봐서”로 남겨 둔다. 그런데 운영을 오래 해 보면 알게 된다. 흔들리는 학원은 대개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기준이 흐려서 흔들린다.
규칙은 학생을 통제하려고 만드는 장치가 아니다. 규칙은 학원을 지키고, 학생을 지키고, 강사를 지키는 최소한의 울타리이다. 특히 원생이 늘어날수록 규칙이 없으면 ‘사람의 마음’으로 운영을 막아야 한다. 그때부터 운영자는 피곤해지고, 강사는 지치며, 학부모는 기준이 없어 더 많은 것을 요구하게 된다. 결국 손해는 모두에게 돌아간다.
규칙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분쟁을 막기 위해서이다. 많은 민원은 악의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기대가 다르고, 해석이 다르고, 약속이 기록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다. 결석 보강, 지각 처리, 발표회 참여, 레슨 교체, 환불 기준, 문의 시간. 이 항목들이 흐리면 학원은 매주 같은 대화를 반복한다. 반복되는 협상은 운영자의 에너지를 갉아먹고, 교육의 집중력을 무너뜨린다.
그렇다면 규칙은 어떻게 세워야 하는가. 핵심은 “엄격함”이 아니라 예측 가능성이다. 학부모가 원하는 것은 특별 대우가 아니라 “이 학원은 이렇게 운영된다”는 확실함이다. 그래서 규칙은 길게 쓰기보다 짧게, 애매한 표현보다 숫자와 범위를 써야 한다. 예를 들어 “가능하면 보강해 드립니다”는 분쟁을 부른다. 대신 “월 1회 보강, 당일 취소는 보강 불가”처럼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기준이 선명하면 학부모는 납득할 여지를 갖는다.
또 하나 중요한 원칙이 있다. 규칙은 종이에만 있으면 힘이 약하다. 첫 상담에서 반드시 설명되어야 한다. 등록을 받기 위해 규칙을 뒤로 미루는 순간, 학원은 스스로 약속을 깨기 시작한다. 규칙을 먼저 말하는 학원은 불리해 보일 수 있으나, 실제로는 반대이다. 기준을 존중하는 학부모가 모이고, 운영은 안정된다. 그 안정이 결국 교육의 질로 돌아온다.
마지막으로 규칙에는 ‘사랑’이 필요하다. 사랑이란 예외를 무한히 허용하라는 뜻이 아니다. 사랑은 예외의 기준까지 마련하는 것이다. 예컨대 장례, 사고, 질병 같은 상황에 대해 “증빙이 있을 때는 별도 조정”이라는 조항을 두는 것이다. 원칙은 지키되, 사람이 상처받지 않도록 길을 열어 두는 것이 사랑이다.
학원은 교육기관이면서 동시에 공동체이다. 공동체는 마음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기준이 마음을 지켜 주는 구조가 있어야 한다. 규칙이 분명해질수록 학원은 덜 다투고, 더 가르치게 된다. 결국 좋은 학원은 친절만 많은 곳이 아니라, 사랑과 기준이 함께 서 있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