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료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전략의 문제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 진단을 받은 부모가 가장 먼저 마주하는 질문은 이것이다. “ABA를 해야 할까, PCIT를 해야 할까?” 정보는 넘쳐나지만 명확한 답은 없다. 온라인에는 극단적인 주장도 많다. ABA만이 답이라는 주장도 있고, 반대로 관계 중심 접근이 더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치료는 이분법의 문제가 아니다. 무엇을 ‘택하느냐’보다, 어떻게 ‘전략적으로 병행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두 접근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Applied Behavior Analysis(ABA)와 PCIT(PCIT)는 철학과 작동 방식이 다르다. 그리고 그 차이를 이해할 때 비로소 병행 전략이 보인다.
ABA는 무엇을 목표로 하는가
ABA는 행동 분석 이론을 기반으로 한다. 핵심은 명확하다. 목표 행동을 정의하고, 강화 체계를 설계하며, 반복 훈련을 통해 행동을 습득하게 한다. 언어 표현, 지시 따르기, 학습 기술, 사회적 기술 등 구체적 목표를 설정해 단계적으로 가르친다. 특히 초기 집중 중재 모델에서는 하루 수 시간의 구조화된 훈련이 이루어진다.
ABA의 강점은 분명하다. 측정 가능하고, 체계적이며, 행동 변화를 비교적 빠르게 관찰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몇 가지 한계도 존재한다. 치료실 중심 구조, 부모의 피로도 증가, 아이의 자발성 감소 가능성, 관계적 정서 교류에 대한 직접 개입 부족이 그것이다. ABA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가르치는 데 강하다. 그러나 “어떻게 연결되는가”를 다루는 데는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다.
PCIT는 무엇을 다르게 보는가
PCIT는 접근의 출발점이 다르다. 아이의 행동을 바꾸기 전에 부모의 상호작용 방식을 조정한다. 기술을 아이에게 직접 주입하지 않는다. 대신 부모를 치료의 핵심 주체로 세운다. PCIT는 두 단계로 구성된다. 1단계는 관계 강화 단계다. 부모는 아이가 주도하는 놀이에 따라가며 긍정적 반응을 확대한다. 비판과 지시는 최소화한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정서적 안정과 안전감을 경험한다.
2단계는 구조화 단계다. 부모는 명확한 지시, 일관된 반응, 감정적 폭발 없이 행동을 지도하는 법을 배운다. PCIT의 가장 큰 차별점은 실시간 코칭이다. 치료자는 부모에게 즉각적인 피드백을 제공하며 상호작용을 조정한다. 이 과정에서 바뀌는 것은 단순한 행동이 아니다. 아이의 정서 조절, 부모의 불안 감소, 가정의 분위기와 상호작용의 질 측면에서 PCIT는 탁월하다. ABA가 “기술 습득” 중심이라면, PCIT는 “관계 조율” 중심이다.
무엇이 먼저인가가 아니라 무엇이 기반인가
이제 질문은 이렇게 바뀐다. “어떤 순서로, 어떤 구조로 병행해야 할까?” 많은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원칙은 이것이다. 관계가 안정되지 않으면 기술 습득은 지속되기 어렵다. 아이의 정서 조절이 불안정하고 부모-자녀 상호작용이 긴장되어 있다면, ABA 훈련은 아이에게 과도한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 반대로 관계가 안정된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ABA는 훨씬 효율적이다.
따라서 전략은 다음과 같이 설계될 수 있다. 초기 단계에서 PCIT를 통해 부모-자녀 상호작용 안정화, 정서적 기반이 형성된 후 ABA 목표 기술 강화, ABA 과정 중에도 PCIT 원칙을 유지해 관계 손상 방지. PCIT는 ABA를 대체하는 치료가 아니다. 오히려 ABA가 더 잘 작동하도록 기반을 다지는 치료다. 즉, ABA가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를 설계한다면, PCIT는 ‘어떤 분위기 속에서 가르칠 것인가’를 만든다.
왜 PCIT를 중심에 두어야 하는가
자폐 치료는 장기전이다. 몇 달의 훈련이 아니라 몇 년의 여정이다. 이 긴 시간 동안 가장 오래 아이와 함께하는 사람은 치료사가 아니라 부모다. 만약 부모가 지속적으로 지치고, 아이와의 관계가 긴장 속에 유지된다면 치료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PCIT는 부모의 역량을 강화한다. 부모가 아이의 행동을 두려워하지 않게 한다.
감정적으로 반응하기보다 구조적으로 대응하도록 돕는다. 이 변화는 단순한 행동 수정이 아니라 가족 시스템 전체의 재조정이다. 또한 최근 자폐 치료의 흐름은 ‘신경다양성’ 관점을 강조한다. 아이를 교정의 대상으로 보기보다 이해와 조율의 대상으로 본다. 이 철학과 가장 맞닿아 있는 접근이 PCIT다. ABA는 필요하다. 그러나 PCIT 없이 ABA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변화를 만들기 어렵다.
치료는 아이 혼자의 싸움이 아니다
ABA와 PCIT 중 무엇이 더 좋은가라는 질문은 어쩌면 잘못된 질문일 수 있다. 진짜 질문은 이것이다. “이 치료가 우리 가족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가?” 자폐 치료는 기술 습득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다. ABA는 아이의 능력을 확장한다. PCIT는 관계의 깊이를 확장한다. 능력은 확장될 수 있지만, 관계가 손상되면 회복은 더 오래 걸린다.
그래서 통합의 시대에는 선택이 아니라 구조가 중요하다. 그리고 그 구조의 중심에는 PCIT가 놓여야 한다. 치료의 방향을 바꾸는 것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철학이다. 관계를 기반으로 할 것인가, 훈련을 기반으로 할 것인가. 지속 가능한 자폐 치료는 관계 위에 세워진 훈련이다. ABA와 PCIT 병행을 고민하고 있다면, 치료 기관에 단순 프로그램 문의를 하기보다 “통합 전략 설계가 가능한가”를 먼저 질문해 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