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식업계와 유통업계에서 ‘제철’이라는 단어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딸기, 밤, 고구마, 복숭아처럼 계절이 분명한 식재료를 전면에 내세운 메뉴가 인기를 끌고, 로컬 마켓과 농부 직거래 장터에는 젊은 소비자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특히 밀레니얼과 Z세대를 아우르는 이른바 MZ세대가 이러한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MZ세대가 ‘제철’에 민감한 배경으로 희소성과 진정성을 꼽는다. 계절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제철 식재료는 인위적으로 만든 한정판과는 다른 결을 지닌다. ‘지금 아니면 맛볼 수 없다’는 시간적 한계는 소비의 긴장감을 높이고, 이는 곧 경험 가치로 이어진다. 과잉 공급 시대에 자란 세대일수록 자연이 만든 한정성에 더 큰 매력을 느낀다는 분석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문화도 한몫한다. 계절 한정 디저트나 시즌 음료는 사진과 영상 콘텐츠로 제작하기에 최적의 소재다. 벚꽃 시즌의 핑크빛 음료, 가을 밤을 활용한 디저트, 겨울 딸기 케이크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지금 이 계절을 살고 있다’는 인증의 수단이 된다. MZ세대에게 소비는 물건의 소유가 아니라 이야기의 생산이며, 제철은 가장 직관적인 스토리텔링 자원으로 기능한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감수성도 중요한 요인이다. 제철 농산물은 대체로 운송 거리가 짧고 신선도가 높으며, 지역 농가와의 연결성을 강화한다. 환경 문제와 윤리적 소비에 민감한 MZ세대는 이러한 특성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맛있다’는 이유를 넘어 ‘의미 있다’는 확신이 소비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제철 소비는 곧 로컬 경제와 환경을 생각하는 선택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한편, 빠른 속도의 디지털 환경에 대한 반작용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알고리즘과 실시간 업데이트에 둘러싸인 삶 속에서 자연의 시간표는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온다. 제철은 기다림을 전제로 한다. 계절이 돌아와야 수확할 수 있고, 때가 되어야 가장 맛이 오른다. 이는 성과와 속도를 강요받는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은 심리와 맞닿아 있다.
흥미로운 점은 ‘제철’이 음식 영역을 넘어 삶의 은유로 확장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청년층 사이에서는 “지금이 나의 제철일까”라는 표현이 회자된다. 이는 커리어와 자기계발의 속도에 대한 고민을 담는다. 모두가 빠르게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 대신, 각자의 시기를 존중하자는 메시지다. 계절마다 역할이 다르듯 인생에도 준비의 시기와 도약의 시기가 있다는 인식이 공유되고 있다.
결국 MZ세대에게 제철은 단순한 마케팅 문구가 아니다. 자연의 리듬을 따르는 소비, 한정된 순간을 기록하는 경험,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가치 선택, 그리고 자신의 타이밍을 존중하는 삶의 태도까지 아우르는 개념이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세대일수록 오히려 계절의 속도에 끌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철은 돌아온다. 그러나 그 계절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각자의 몫이다. MZ세대가 보여주는 ‘제철 감각’은 소비 트렌드를 넘어, 속도 사회 속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하나의 문화적 신호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