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에 잃어버린 마음을 찾다 - 『오래된 별의 숨결』이 던지는 철학적 질문

“기도보다 검색이 빠른 세상”에서 우리는 무엇을 잃었나

데이터교의 시대, 효율이 신이 된 사회

어른을 위한 동화, 잊고 있던 감각을 깨우다

 

디지털 시대에 잃어버린 마음을 찾다

 『오래된 별의 숨결』이 던지는 철학적 질문

 

 

우리는 지금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가?”

 

이 질문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스마트폰 화면을 내려다보는 우리의 일상 한복판을 정확히 겨눈다정보는 넘쳐나고검색은 즉각적이며알고리즘은 취향과 생각까지 정교하게 예측한다효율은 삶의 미덕이 되었고속도는 경쟁력이 되었다우리는 더 빠르게더 정확하게더 많이 알고 있다그런데 이상하게도더 깊이 느끼지는 못한다.

 

『오래된 별의 숨결』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한다하늘을 올려다보던 시절별에게 소원을 빌던 사람들의 기억을 되짚으며이 책은 묻는다. “기도보다 검색이 빠른 세상에서진짜 소원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이 작품은 형식상 동화다한 아이와 연꽃그리고 별님 사이의 대화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그러나 그 내용은 어린이를 위한 교훈적 이야기라기보다디지털 문명 속에서 정체성을 잃어가는 어른을 향한 우화에 가깝다화면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는 시대에저자는 하늘을 바라보는 행위를 상징적으로 복원한다.

 

아이의 질문은 순수하지만그 안에 담긴 문제의식은 결코 가볍지 않다별빛을 잃어가는 하늘기도가 멈춘 세상그리고 사랑조차 효율로 판단하는 사회이 설정은 오늘의 현실을 은유한다감정은 수치화되고관계는 알고리즘으로 분석되며인간의 가치조차 데이터로 환산되는 시대『오래된 별의 숨결』은 이 흐름에 조용히 제동을 건다.

 

책 속에 등장하는 데이터교라는 설정은 인상적이다이는 특정 종교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수치와 정보가 절대적 기준이 된 사회를 상징한다무엇이 옳은가보다 무엇이 많이 클릭되었는가가 중요해지고무엇이 진실한가보다 무엇이 빠르게 확산되는가가 판단의 기준이 된다.

 

오늘날 우리는 이미 데이터 중심 사회에 살고 있다소비는 분석되고취향은 예측되며인간의 선택은 통계로 환원된다이런 환경에서 개인의 내면즉 느림과 침묵사유와 성찰의 시간은 점점 설 자리를 잃는다.

 

김정희 작가는 이 구조를 정면으로 비판하기보다상징을 통해 우회적으로 질문을 던진다아이는 텅 빈 마음을 안고 연꽃에게 다가간다연꽃은 말없이 방향을 일러준다. 답은 밖이 아니라 네 마음 안에 있다.”

 

이 문장은 이 책의 핵심 문장이라 할 만하다우리는 늘 외부에서 답을 찾는다검색창에 질문을 입력하고타인의 경험을 소비하며알고리즘이 추천하는 경로를 따라간다그러나 이 동화는 말한다가장 중요한 질문의 답은 내면에 있다고.

 

성인 독자에게 이 메시지는 결코 추상적이지 않다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늘 정답을 찾으려 애쓴다그러나 삶의 방향은 정보가 아니라 해석에서 나오며해석은 결국 자기 성찰에서 비롯된다.

 

『오래된 별의 숨결』이 특별한 이유는 감성의 복원에 있다수채화풍의 서정적 문체와 반복되는 상징은 독자의 감각을 천천히 열어간다이 책은 사건 중심으로 빠르게 전개되지 않는다대신 멈춤과 여백을 통해 독자를 사유의 공간으로 이끈다.

 

현대 독서 환경은 속도 중심이다요약핵심 정리하이라이트 문장그러나 이 작품은 그런 소비 방식을 거부한다아이와 연꽃별님의 대화는 서두르지 않는다질문은 곧바로 해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오히려 독자 스스로 생각하도록 여백을 남긴다.

 

성인 독자에게 이 여백은 낯설지만 동시에 절실하다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설명을 듣고너무 많은 정보를 받아들인다그러나 설명이 많을수록 이해가 깊어지는 것은 아니다오히려 질문이 남을 때 사유는 시작된다.

 

이 책은 어른에게 묻는다.

하늘을 마지막으로 올려다본 것이 언제인가.

별을 보며 아무 조건 없이 소원을 빌어본 적이 있는가.

사랑을 계산하지 않고 믿어본 적이 있는가.

 

이 질문은 단순한 향수 자극이 아니다그것은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한 질문이다효율과 생산성의 기준을 잠시 내려놓고존재 그 자체로 서 있을 수 있는가를 묻는다.

 

이 책은 가족이 함께 읽기에 적합하다고 소개되지만그 의미는 단순한 공동 독서에 그치지 않는다아이는 이야기 속에서 상징적 존재다순수함의 대변자이자잊혀진 질문의 화신이다.

 

어른은 현실의 무게를 안고 산다책임과 역할성과와 평가 속에서 스스로를 규정한다그러나 아이는 묻는다. “?” 그리고 그 질문은 때로 가장 본질적인 질문이 된다.

 

이 책을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읽는다면그것은 단순한 감상 공유를 넘어 세대 간 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아이는 상상력을 통해 접근하고어른은 성찰을 통해 읽는다같은 텍스트가 다른 층위로 해석된다.

 

김정희 작가는 동화작가이자 인문학 강사로 활동해 왔다이야기로 사람들의 내면을 일깨우고자 했던 그의 작업은 이 작품에서 집약된다『오래된 별의 숨결』은 단지 감성적인 이야기가 아니라현대 사회에 대한 조용한 비평이다.

 

이 책의 마지막 질문은 단순하다그러나 결코 가볍지 않다.

 

우리는 지금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가?”

 

이 질문은 독자를 멈추게 한다그리고 스스로 답하게 한다화면인가숫자인가타인의 시선인가아니면 자신의 내면인가.

 

농업이든교육이든산업이든모든 변화의 출발점은 결국 인간이다인간이 어떤 가치를 중심에 두느냐에 따라 사회의 방향이 달라진다『오래된 별의 숨결』은 기술을 부정하지 않는다다만 기술 위에 무엇을 세울 것인가를 묻는다.

 

디지털 문명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속도는 더 빨라지고정보는 더 정교해질 것이다그러나 그 속에서 인간다움을 지키는 일은 여전히 개인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이 책은 거대한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대신 조용히 속삭인다.

 

아직 당신의 빛이 필요하다.”

 

그 빛은 별빛일 수도 있고연꽃의 향기일 수도 있으며잊고 있던 자신의 마음일 수도 있다.

 

『오래된 별의 숨결』은 어린이를 위한 동화의 외형을 빌려어른의 마음을 흔드는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바쁜 삶 속에서 잠시 멈추어 자신을 돌아보고 싶다면이 책은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다.

 

하늘을 다시 올려다볼 용기가 있는가.

별빛이 아직 남아 있다고 믿을 수 있는가.

 

답은 검색창이 아니라당신의 마음 안에 있다.

 

삶을 바꾸는 동화 신문 기자 kjh0788@naver.com
작성 2026.02.20 09:04 수정 2026.02.20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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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